올해 부대문학상에 응모된 소설은 모두 10편이었다. 갈수록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이런 시대에, 나름대로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선 눈에 띈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한 작품들이 제법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소설이 특별한 경험이나 생각을 소재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특별함은 소재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평범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관점과 태도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어휘를 선택한다든가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지적해 둔다.

최종적으로 검토대상에 오른 작품은 <딸꾹질>, <다단계 우정보고서>, <나의 뮬리에게>, <위성> 네 작품이었다. <딸꾹질>은 시작 부분에서부터 차분한 서술로 서사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서사가 진행될수록 의미가 불분명해지면서 서사적 긴장감이 느슨해져 버린 점이 아쉬웠다. <다단계 우정보고서>는 친구 사이의 지배와 종속관계를 다단계로 설정해 가는 과정이 참신했다. 하지만 글쓰기가 지나치게 논설적이고 수사적 내용이 많아 글의 흐름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지 못했다. 사물이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 이를 소설의 구조와 흐름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뮬리에게>는 소설을 구성하는 솜씨가 훌륭하고 전개 과정도 큰 비약 없이 잘 끌고 나가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묘사하는 능력이나 우연히 법원에 들렀다 만난 변호사 선배의 타락한 모습에 대한 비판 등 현실의 타성을 꿰뚫어 보는 시각도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결론적으로 다시 로스쿨을 선택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선배와의 만남은 ‘나’의 무의미한 결혼생활에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데 결과적으로 쉬운 결론으로 이어져 버려 못내 아쉬웠다. <위성>은 안정된 문장으로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단 이틀에 걸쳐 있는 하나의 사건만으로 서사를 긴장감 있게 이끌기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위성>은 차분한 심리 묘사와 설득력 있는 문장, 그리고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극복해 내고 있었다. 게다가 자칫하면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장이나 절을 나누지 않고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어나가는 솜씨가 돋보였다.‘나’와 담당의와의 관계가 다소 불분명해 보이는 곳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자칫하면 지나치게 도덕적인 결말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심사위원들은 <위성>을 당선작으로, <나의 뮬리에게>를 가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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