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은 전공 교육과 교양 교육으로 크게 구분된다. 대학교육의 핵심이 인문 계열, 사회 계열, 이공 계열 및 예체능 계열 등으로 구분되는 전공 교육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교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교양 교육이 대학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작지 않다. 그에 따라, 우리 대학의 경우 책 읽기와 관련된 교양 과목으로 <열린 사고와 표현>, <고전 읽기와 토론>이 전 학과에 개설되어 있다. 공과대학의 경우 <열린 사고와 표현> 대신 <공학 작문과 발표> 교과목이 3학년에 편성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 대학은 물론 세계 대부분의 대학에서 <책 읽기>, 나아가서 <글짓기>와 관련된 교과목이 교양 필수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편적(universal)이란 뜻이 내포된 university의 학생들, 곧 대학생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는 전공을 불문하고 필수적으로 교양의 바탕이 되는 학습 내용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짓기 위한 기본은 타인의 글을 읽는 데서 출발한다. 시대와 지역,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는 지혜를 가져다주는, 이른바 <고전>으로 분류된 책들은 물론이고,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각종 도서들로부터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책 읽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대학생들에게서 책 읽는 모습 보기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2016년 한 취업포탈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하루 평균 133분을 인터넷에 사용하는 반면 책을 읽는 시간은 30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5명 중 1명은 평소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에 최하위 기록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생 37%가 전공 교재와 수험서 이외의 독서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발표하였다. 이렇듯 최근의 데이터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선진국 대학생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교과과정을 통해 책읽기와 글짓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정책과, <이달의 도서 선정>이나 <독서 토론 대회> 등을 통해 책읽기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교양교육원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전자정보산업 혁명은 우리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컴퓨터와 같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가져다주었다. 이런 매체들은 수많은 정보들을 아주 손쉽게 우리들에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구태여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이고 건조한 정보들과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는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는 그 가치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단 활자화된 책이 아니라도 인터넷 시대에는 e-book을 통해서도 책은 얼마든지 가까이 할 수 있는 법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 속에 든 삶의 지혜는 물론, 당대의 시대상, 당대의 문화 등을 배울 수 있다.

11월이 깊어간다.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이 깊어간다. 책 읽기 딱 좋은 날들이다. 전공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교양서적을 읽으며 11월을 보내는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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