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여전히 허물지 못한 사회 속 38선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을 탈출해 북한 이외의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주민’을 의미한다. 그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목숨을 걸고 탈북을 선택했다. 하지만 탈북 후 마주한 사회는 예상과 달랐다. 미흡한 지원제도와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끝내 
정착하지 못하고 남한을 떠나는 북한이탈주민도 많다. 이에 <부대신문>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상황과 대안을 알아봤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큰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북한이탈주민인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한에서도 여전한 ‘어려움’ 

남한으로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수가 전국적으로 3만 명이 넘은 가운데, 작년 3월 기준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 1,016명이 거주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탈북 동기는 △북한체제의 감시 통제가 싫어서(25.3%) △식량이 부족해서(22.5%) △가족에게 더 나은 생활을 주려고(12.5%)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남한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북한이탈주민도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정착과정 중 흔히 발생하는 경제적·정신적 어려움, 정보의 부재 외에도 지역 방언으로 인해 발생하는 언어 충돌 등으로 적응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한 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해서(27.4%)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18.6%)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사회의 차별 및 편견 때문에(18.3%) △경제적으로 어려워서(14.9%) 순으로 나타났다.

보호기간에만 집중된 지원,
실질적 도움 안 돼

북한이탈주민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살 충동 경험 여부에 대해 14.6%가 ‘있음’이라고 대답했다. 일반 국민 5.1%가 ‘있음’이라고 대답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의 자살 충동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29.8%) △신체적·정신적 질환·장애 (23.3%) △외로움·고독 (20.7%) 등의 순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 경제적 어려움이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정해진 기준 때문에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정착보호기간 5년 동안만 집중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법>) 제5조에 따르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정착 및 취업 지원 기간이 5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끝나면 북한이탈주민은 지원의 상당 부분을 받지 못하게 된다. 생활 전반이 북한과 달라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 있음에도 정착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원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10년 이상 거주한 북한이탈주민 2.4%가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었고, 11.5%가 병원비가 부담돼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이는 3년 미만 거주한 북한이탈주민의 2배 이상에 달하는 비율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에 따라 해외에 오래 거주한 북한이탈주민이나 국내 입국 3년 이후 보호 신청을 한 사람은 보호 대상자가 되지 못해 기초적인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정착지원금을 받는 북한이탈주민의 생활도 녹록지 않다.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과정에서 브로커로부터 빚을 진다. 이 때문에 초기 북한이탈주민은 지원금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부산 하나센터 허수민 팀장은 “북한에서 중국까지 가는 데 있어서 브로커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부담이 크다”라며 “분기별로 지원금을 지급받지만 초기에는 대부분이 브로커에게 진 빚을 갚는데 사용한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초기 북한이탈주민은 한 달에 50만 원이 수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지원도 6개월로 기간이 정해져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완전히 해결해 주진 못한다. 허수민 팀장은 “보건복지부 법상 수급비보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지원이 끊겨 북한이탈주민들은 아르바이트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임대료, 교통 및 생활비 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전했다.

보호기간 안에 이뤄져야 하는 취업 관련 지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3년 이상 장기근속을 한 경우 취업 장려금을 주지만 이는 보호기간인 5년 안으로 한정돼있다. 2014년 <북한이탈주민법> 개정 이전에는 취업을 하지 않아도 직업훈련을 오래 했을 경우 장려금을 주는 직업훈련장려금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개정 이후 직업훈련장려금이 없어지고 3년 이상 근무할 시 적금을 들 수 있는 미래행복통장 제도가 생겨 빠른 취업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허수민 팀장은 “사회 적응과 취업 준비를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같아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취업자의 직업 유형 중 단순 노무 종사자와 서비스 종사자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한에서 사회경제적 지위도 하층 45%로 거의 절반이 해당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한광희 부국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에 대한 박탈감으로 직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로움 속에 있는 그들

북한이탈주민들은 사회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서 응답자 중 20.2%가 차별이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이나 무시당한 이유로는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5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17.1%를 차지했다. 한광희 부국장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생각 차이가 커 서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출신을 숨기거나 탈남행을 선택하는 북한이탈주민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891명의 거주불명 북한이탈주민 중 84%에 달하는 749명이 출국한 뒤 전 세계 26개국에 흩어져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도움을 청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2018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어려운 상황에서 △배우자(35.8%) △자녀(12.6%) △친구(12.4%) △부모(12.1%) △자기 자신(10.3%) 순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평균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 1인 가구 비율도 27.5%를 차지하고 있어 의지할 상대가 없는 북한이탈주민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턱없이 부족한 관리 인력

지원 기준이나 항목이 복잡한 점과 관련 정보 부족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의 북한이탈주민이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83%의 북한이탈주민이 정신과적 진료와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정신건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에 대한 정보 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광희 부국장은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제도가 어렵고 이를 제공하는 지원처가 복잡하다는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원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남북하나재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지역의 하나센터에 소속된 전문상담사는 69명이다. 대부분 센터마다 2명에서 3명 정도의 상담사만 배치돼 있었다. 3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을 생각했을 때 상담사 1명당 400여 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하나센터에 근무하는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시의 경우 북한이탈주민이 1000여 명이 되는데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하나센터의 근무자는 5명밖에 없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남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24.9%가 ‘취·창업지원(취업알선, 취업교육)’을 선택했다. 한광희 부국장은 “△기술 △학습 △생활의 차이 등으로 안정적 직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안정적 직장을 위해서는 기술이나 생활 등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인력을 늘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허수민 팀장은 “북한이탈주민마다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어 사례별로 관리가 필요하므로 인력과 경제적 지원이 많아야 관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노력과 사람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을 법이나 행정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광희 부국장은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기회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허수민 팀장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같은 국민으로서 옆에서 격려해주며 어울려 살아갔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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