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용산사태는 재개발로 인한 거대건설자본이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강제로 짓밟은 대표적 사례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올해, 서울 홍익대 앞 작은 칼국수 가게 ‘두리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은 두리반에 단전이 된지 31일 째 되던 날이었다. 이곳이 불과 7개월 전까지 정상영업을 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가게 안은 너저분했다. 태양열 발전기를 이용해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고 있으나 실내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고, 활짝 열어놓은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만이 유일하게 가게 안을 밝혀주고 있었다. 폭염 속 전기 없이 버티기는 쉽지 않다. 두리반 사장의 남편 유채림 씨는 “주위 상점에서 밥을 지어서 날라다 먹고 있고 냉장고가 돌아가지 않아 당장의 먹을거리가 상하고 있다”며 “모기와 더위 때문에 매일 밤 몇 번이나 깨곤 한다”고 말한다.


  실사용자인 두리반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기를 끊은 한국전력은 “계량기를 철거할 당시 남전디앤씨 측에서 ‘살던 사람들을 쫓아냈고 펜스를 쳤다’고 말했다”며 “강제집행된 곳에 실사용자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또한 단전이 된 두리반에 발전기 한 개를 전해준 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마포구청 측은 “세입자와 시행사 간의 민사적 문제이기 때문에 마포구청은 행정적으로 관여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다. 그러나 유 씨는 “단전을 할 때 실사용자가 있나 확인하지 않은 한전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마포구청은 마포 주민이자 영세한 세입자의 생존권 문제를 7개월 째 방관하고 있다”며 “기초에너지의 무기화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렇게 두리반이 단전이 된 상황에서 힘든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두리반 안종려 사장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기존 세입자를 보호하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실상은 돈 많은 사람을 위한 법”이라며 현실을 꼬집는다. 우리나라의 재개발 현실에 대해 유 씨는 “기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시행사를 위한 재개발보다 우선시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단전 속 농성이 장기화 될수록 두리반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유 씨는 “언론과 누리꾼들의 많은 지지를 받은 두리반이 이 싸움에서 진다면 투기꾼들에게 용기를 주고 다른 철거민들에게 절망감을 주는 셈”이라며 “두리반을 다시 열어 도와준 사람들 모두가 끌어안고 잔치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에 계간지 <작가들> 김정화 편집장은 “세입자가 피해자가 아닌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용산사태처럼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하나의 선례를 남긴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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