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은 파리 유네스코에서 세계 동물 권리 선언문이 공포된지 4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세계 동물권리 선언문에서는 모든 과학적 진보는 다른 종의 보호와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동물들이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실험동물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호 받지 못하는 실험동물

지난 2008년 실험동물을 윤리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요구가 급증했다. 이에 당시 농림부(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동물보호법>을 개정을 하면서 동물실험윤리제도를 도입했다. <동물보호법> 제23조는 ‘동물실험은 인류의 복지 증진과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하여 실시하여야 한다’라는 문장과 함께 3R원칙을 지킬 것을 제시한다. 3R원칙은 동물실험에 대한 일반적 원칙으로 △대체(Replacement)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을 의미한다. 대체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연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말한다. 감소는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거나, 동물을 늘리지 않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개선은 동물에 가해지는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동물실험시행기관의 경우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두고 연구자가 3R원칙을 잘 지키는지 검토하게 했다. 동물보호단체는 3R원칙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실험동물도 생명이기 때문에 3R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결여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 실험에서 3R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동물이 실험 중 고통받는 정도에 따라 A에서 E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A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으로 높아질수록 동물에게 많은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A등급은 △사체 △식물 △세균 △무척추동물 등을 이용한 실험에 매겨지는 등급으로 가장 낮은 고통등급이다. 이에 반해 E등급은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죽음에 일르 수도 있을 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는 상태다. 3R원칙 중 개선 항목에 따르면 동물에게 통증과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실험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높은 고통등급인 D, E등급의 실험이 여전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보고 자료에 따르면 고통등급 중 E등급이 36.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로 △D등급 35.5% △C등급 25.7% △B등급 2.4% 순으로 나왔다. 또한 3R원칙 중 대체 항목에 따른 실험동물 수 감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 실험에 사용된 동물 수는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에 사용된 동물 수는 약 372만 마리로, 2017년 수치인 약 308만 마리에 비해 20%증가했다. 

실험동물법의 사각지대인 대학

이에 2017년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하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실험동물법은 동물실험을 하려면 허가받은 동물실험시설에서 생산된 실험동물을 써야 함과 시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지도 감독을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이러한 최소한의 규제도 받고 있지 않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은 실험동물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법 제3조에 따르면 실험동물법은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에 필요한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에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대학이 전체 실험동물 사용에서 30%를 차지함에도 실험동물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 동물실험윤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실험으로 전 검역 탐지견인 ‘메이’가 폐사했다는 의혹을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했다. 또한 경북대학교 수의대학 전공과목에서 암컷 개들을 실습에 이용하면서 과도한 질 내 검사와 강제 교배를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 학교도 동물실험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 우리 학교 약학대 소속 학생이 수업 중에 랫을 해부하는 영상을 찍어 SNS 채널에 올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김애라 대표는 “영상에선 학생이 동물실험을 재밌는 놀이처럼 표현했다”라며 “이는 동물시험윤리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허점 많아

대학이나 기관 내 실험동물의 권리를 위해 동물실험이 이뤄지는 기관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 윤리위원회는 <동물보호법> 제25조에 따라 실험동물의 보호와 윤리적인 취급을 위해 설치되는 단체다. 대학교, 제약회사 등 동물실험 시행기관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윤리위원회의 역할은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하는 것이다. 윤리위원회에 제출된 실험계획서에서 △대체시험법이 있는지 △사용하는 동물의 숫자가 적당한지 △고통세기가 안 높은지 등을 심의하고 실험을 허락 여부를 결정한다. 즉 대학 내에서 실험동물에 대한 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의과대학 △약학대학 △동물자원생명과학과가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만약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실험하면 불법일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연구 결과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윤리위원회에 참석하는 동물단체 중 동물실험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윤리위원회에서 다루는 심의안은 전문적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동물실험 윤리위원의 경우 4시간의 법적 교육을 듣지만, 이는 전문성을 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실험 계획서에는 과학적 용어가 많아 비전문가가 계획서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라며 “위원에게 기본적인 내용은 교육하고 있음에도 부족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윤리위원회는 투표로 의결하기 때문에 동물단체의 의견이 소수 의견으로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한 동물단체 소속 A씨는 “실험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해도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환경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동물단체 위원이 많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정부 과제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이 많아 윤리위원회가 연구 승인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 과제는 사전에 연구계획서를 승인 신청해 심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심의를 통과한 연구의 동물실험계획서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보완이 필요해”

이에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의 보호 및 복지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법으로 강제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규정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표준운영가이드라인’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이지 않고 권장사항에 불과해 강제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 김애라 대표는 “아직 <동물보호법>이 실험동물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법을 개정해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민관협력으로 전문성을 갖춘 동물실험윤리위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형주 대표는 “원활한 위원활동을 위해 동물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에게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윤리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원회 내에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고, 실험 내역서를 작성 할 때 비전문가도 알아 볼 수 있게 작성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단체 소속 A씨는 “정보 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위원들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어 실험동물의 권리도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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