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사태’로 ‘조국 수호’ 파와 ‘조국 파면’파로 나뉘어 한국 사회는 심리적 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SNS에서 설전을 벌이는 것은 예사이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면서도 끝내 조국 이야기로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애쓰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끝내 버리는 사례도 주변에서 종종 목격된다. 그래서 아예 이런 주제를 대화에서 꺼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한국 사회 누구에게나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찌 보면 매우 사소한 개인사가 증폭되고 증폭되어, 한국 사회를 강타하게 된 것은 진영논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이라면 모두 부정하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사안만을 모아서 자신의 견해를 합리화하는 데 누구나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불리한 언론 보도를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저 덤일 뿐이다. 그렇다면 조국 사태가 우리에게 그저 커다란 상처만 남기게 두어야만 하는가? 아니다. 그렇게 내버려 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조국 사태는 누가 옳고 그름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법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는 것이 옳은가  △공직자는 어떠한 윤리 덕목을 가져야 하는가 △검찰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 △광장 민주주의와 현행 법질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선인가 등의 다양한 철학적인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조국 사태는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응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도리어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지혜와 노력 역시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견해를 차분히 듣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조국 사태는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는 달리 모든 대학 구성원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모두가 각자의 견해를 가지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이 사안의 추이를 침착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고향인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들은 아고라라는 광장에 모여서 자신들의 현안을 서로 토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에는 조롱 금지나 자신의 발언에 대한 엄숙한 책임 이행 등이 보장되었다. 이렇게 성숙한 시민들의 토론을 거치면서 아테네는 단결을 이루어 끝내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을 격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또한 하나의 도시국가와 다르지 않다. 도시국가의 시민들은 영토의 협소함이라는 단점을 광장 민주주의를 통한 단결로 메꾸어갈 수 있었고, 끝내 민주주의를 역사 속에서 최초로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조국 사태의 혼돈이 깊어지는 이때야 말로 ‘서로의 견해는 다르지만 끝내 우리는 하나’라는 광장 민주주의의 대의와 역사적 교훈을 되살릴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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