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인 우리 학교 유학생 A 씨는 할랄 식으로 조리되지 않은 음식을 먹지 못한다. 하지만 할랄 음식이 존재하지 않아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A 씨는 학교 밖에서 식사를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다. 할랄 음식점이 우리 학교 인근에 적고, 10,000원 넘게 책정된 음식 가격 탓으로 자주 사 먹기에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A 씨는 학생식당에 할랄 음식이 추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외에도 학생식당의 한정된 메뉴로 불편을 겪고 있는 재학생이 있다. 학생 B 씨는 비건으로 동물에서 비롯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가까이 있는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교내 식당에 갔던 B 씨는 채식 메뉴가 없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재학생임에도 학식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학생식당에 채식과 할랄 식단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학생식당에 채식 메뉴를 추가해달라는 건의 글이 신문고에 게재됐다.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싶어도 채식 메뉴가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 학생식당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부재하다. 비건 생활을 하는 김다정(전자공학 12) 씨는 “학생식당은 학생들을 위한 것인데 채식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된다”라며 학생식당에 채식 메뉴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식당에 할랄 식단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기준으로 1,080명이다. 이 중 무슬림 국가에 속하는 학생들은 약 43명이며 모두 이슬람교도로 할랄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할랄 음식을 먹기 위해선 교외로 나가야 한다. 대학생활원 자유관과 웅비관에 할랄 키친이 존재해 학생들이 할랄 음식을 자율적으로 해먹을 수 있지만 해당 기숙사 원생들만 사용할 수 있다. 타 기숙사에 사는 유학생은 이용하지 못한다. 또한 할랄 키친 마저도 인원에 비해 공간이 한정적이기에 공간 사용이 불가능하다. 무슬람인 스보느브 오비드(국제전문대학원 석사 18) 씨는 “기숙사를 이용하는 친구들이 할랄 키친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불편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금정회관과 학생회관을 운영하는 부산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지속적으로 채식 메뉴나 할랄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7년에 식단 다양화를 요구하는 건의가 있어 할랄 음식 수요자를 검토했지만 식단 도입을 위한 방법 모색이 어려워 해당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생협 관계자는 “할랄 음식 전용 조리 도구가 없어 할랄 음식 도입을 본격화하지 못했다”라며 “생협이나 학생회 등 다양한 조직들과 면담을 통해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외에 문창회관과 샛벌회관을 운영하는 청담F&B의 경우 수익 문제로 인해 채식과 할랄 메뉴를 추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채식 메뉴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채식주의자들이 있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식단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학생식당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보느브 오비드 씨는 “친구들과 학생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할랄 음식이 없어서 불편하다”라며 “무슬림 학생들의 수가 적은 편이 아니니 학생식당 메뉴에 할랄 음식이 추가되는 게 공평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가 무슬림권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는 박정원(식품영양학 15) 씨는 “채식 메뉴를 따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라며 “하지만 채식 메뉴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고 추가 금액을 내서 고기를 추가하는 방식도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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