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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나의 시월의 기억
  • 배현정 기자
  • 승인 2019.10.12 23:54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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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광민씨가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암울했던 독재정권 시대에 민주화의 횃불을 당긴 자들은 학생, 외판원, 서점 직원으로 한없이 작은 존재들이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생이 공포스러웠던 당시를 바꿀 힘이 됐다. 40년이 지난 지금, 항쟁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당시의 열렬히 투쟁했던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부마민주항쟁의 잊힌 역사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걸쳐 부마민주항쟁의 유일한 증언 기록본, 책 <다시 시월 1979>이 탄생했다. 이 책의 저자인 정광민 이사장은 10월 16일 시위를 계획하고 주도한 부마민주항쟁의 주역이다. 이후에도 부마민주항쟁이 남긴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자 10.16 부마항쟁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부대신문>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항쟁의 주역, 정광민 이사장을 만나봤다.

▲책 <다시 시월 1979> 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사업으로 도서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부마민주항쟁의 역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잘못된 부분을 정리하고, 소송 시효와 같이 난항을 겪고 있는 사안에 대해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외에도 40주년을 맞은 부마민주항쟁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도 적었어요. 작년 10월 즈음, 책을 편찬하기 위해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 도서 발간편집위원회’를 구성했어요. 편집위원회는 위원장 송성준 씨와 저를 포함해 총 8명으로 이뤄져 있죠. 약 1년 가까이 12차례의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책 내용이 채워졌습니다. 회의를 거치면서 제목에 대해 의논도 했는데요. 대부분의 위원이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어 했죠.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책 제목에 부마민주항쟁의 시작연도인 1979를 넣었어요.

▲간략한 책 소개 부탁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어요. 1부는 부마민주항쟁을 겪은 당사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그동안 묻혀있던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2부에는 본인이 기억하는 부마민주항쟁의 증언을 사실에 기반해 적은 기고 글을 실었어요. 3부는 부마민주항쟁에 남겨진 과제들과 연구사에 대한 비평이 담겨있죠. 김재규의 재판기록으로 부마민주항쟁을 바라본 변영철 변호사의 글과 소멸시효의 문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담은 서은경 변호사의 글도 있어요. 

▲책 도입부에 부마민주항쟁의 모습을 그려낸 그림 여러 점이 보인다. 사진이 아닌 그림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책을 작성하면서 시각적으로 부마민주항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계엄군에 의해 시민들이 구타 받거나 연행되는 장면 그리고 최초로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알려지긴 했죠. 그러나 사진으로 현장을 상세히 기록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정성길 화백의 그림 9점으로 사진으로 기록해내지 못하는 고문 장면 등을 상세히 그려냈죠. <시위대를 포위하는 계엄군>(2019),이나 <선언문 작업>(2019) 등이 대표적이에요. 또 곽영화 화백의 <부마항쟁도>(2019) 그림도 함께 살려있어요. 그림으로라도 사람들에게 부마민주항쟁이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죠.

▲제1부에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한 9명을 대상으로 그룹인터뷰가 진행됐다. 상당히 사실적이고 자세히 부마민주항쟁이 서술돼 있더라. 그룹인터뷰로 진행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6.10 민주항쟁 등 다른 항쟁에 비해 부마민주항쟁의 발발과 시위 흐름을 연구한 자료가 부족한 편이에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의 기억과 증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명이 본인의 기억을 이야기했을 때 한 시점에 대해 부족한 내용을 덧붙일 수 있고 시위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그룹 인터뷰는 2차로 진행됐고 총 9분이 흔쾌히 참가해 열심히 증언해줬어요. 그러나 부마민주항쟁 당시를 기억하는 게 힘들어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증언이 어떤 의미가 있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분들도 있었죠. 인터뷰어에게 섭외 요청을 하는 게 가장 힘들긴 했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만족스러워요. 이 책의 핵심 대목이자 기록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역사적 사실도 있다고 들었다. 어떠한 내용인가.

부마민주항쟁의 첫 시작일인 16일 시위의 주역들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증언했어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박준석(경영학 2학년)이나 엄태언(경영학 2학년) 같은 상대 그룹의 친구들과 자영업자인 황선용과 외판원 김창우(1961년생)와 옥상렬(경남공고 3학년) 고등학생도 있었요. 시위가 시작한 16일은 제가 주로 얘기해왔는데 새로운 기억이 더해져 의미가 있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증언은 서면서점 직원이었던 황선용 씨의 증언인데요. 그는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 돼 수도 없이 끔찍한 고문을 당했어요.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자 투신자살까지 했으나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들었죠. 당시에 얼마나 가혹하게 고문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기억이 이분의 증언으로 되살아났죠.
  더 중요한 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동아대학교 시위 내용이 새롭게 발굴됐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사람 외에 김범승(동아대 국문학과 3학년)이 당시 기억을 담담하게 그리고 상세히 서술해줬어요. 그 덕분에 10월 17일에 진행된 동아대학교 시위 전개나 참여 주체를  알 수 있었어요. 이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증언이죠.

▲제2부는 회고와 증언이라는 섹션이다. 당사자들의 증언이 담긴 1부와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부산대학교 이주홍(기계설계학 78) 씨와 김현홍(의예 78) 씨가 부마민주항쟁의 기억을 글로 적어줬어요. 이들은 지금까지 부마민주항쟁이 역사적으로 소외돼 왔지 않냐라며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글을 써줬죠. 백하현(국문학 3학년) 씨를 포함해 부산대학교 동문 여러 명이 글을 기고해줘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글에 담아주기도 했어요. 부산대학교 학생들 외에도 동아대학교 운동사가 정리 안 된 점을 안타까워 한 김범승(동아대 국문학 3학년) 분이 증언하고자 글을 쓰기도 했어요. 본인이 느낀 점을 사실에 의거해 회고하며 글을 받았죠. 1부보다 더 다양한 사람의 증언과 기억이 2부에 추가된 거죠.

▲제3부에 적힌 내용인데 부마민주항쟁이 직면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부마민주항쟁 사건의 손해배상소송을 보면 패소가 지배적으로 많아요. 소송 시효 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소송을 기각당하거나 패소했는데요. 과거사 사건에 시효를 두고 당사자가 청구하지 않아 손해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반역사적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부마민주항쟁을 겪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해선 적절한 배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일부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어요. 이 사례를 시효 문제에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서은경 변호사가 이번 책에서 다루기도 했어요. 패소 사례가 많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요.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만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3대 항쟁은 국가기념일로 일찍이 지정됐을뿐더러, 기념관과 관련 조례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부마민주항쟁은 조례와 기념관 모두 없는 상황이에요. 역사적 기록물들을 보아 기념관이 차려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또한 역사 교과서 등에 부마민주항쟁의 전반적인 역사적 전개와 의의가 다뤄져 지역적인 사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항쟁임을 기억하도록 해야 해요. 시민교육프로그램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올해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4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의 역사로 인정받은 점에 대한 소회가 어떤가.

10월 16일 처음 부산대학교에서 횃불을 들 때가 떠올라요. 경제학과 수업이 진행되던 306호에서 제가 ‘이제 나가서 피 흘려 투쟁하자’고 학생들에게 말했고, 학생들이 순식간에 기합을 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운동장을 거닐며 부산대학교학우들과 ‘유신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고 부마민주항쟁의 시위가 시작됐는데요. 공포스러웠지만 우리들이 순간순간 내린 결단과 희생이 합쳐서 만들어진 항쟁이라 생각해요. 당사자기 때문에 올해 국가기념일로 부마민주항쟁이 지정돼 굉장히 기뻐요. 비록 늦긴 했지만 대한민국 역사로서 자기 자리를 잡게 됐으니 말이죠. 

▲독자들이 책을 읽고 느꼈으면 하는 바나 부마민주항쟁이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박정희 체제를 무너뜨린 부마민주항쟁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권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등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민주화 운동의 첫걸음이었기 때문이죠. 부마민주항쟁이 있기 때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6.10 민주항쟁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1979년 10.16 부마민주항쟁부터 6.10 민주항쟁까지를 한국 민주화 운동의 8년사라고 생각하는데요. 한국 민주화의 시발점인 부마민주항쟁을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선 대한민국 민주 항쟁의 시초라는 점을 알아야 해요. 지금 돌아보더라도 부마민주항쟁은 역사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권리를 박탈당하는 상황에서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청년과 시민들이 용감하게 체제에 맞서 외쳤던 그 희생과 결단도 기억해줬으면 해요. 참되게 살아가는 올바른 모습 같은 거요. <다시 시월 1979> 책을 내고 나서 40년의 세월이 묻어있는 지난날의 기억이 뇌리에 다 스쳐 지나갔죠. 장마다 우리들의 기억과 당시 느낀 감정이 다 묻어있어서겠죠. 이제는 부마민주항쟁을 다루는 연구나 관심이 부족했다고 말하기보단,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만큼 더 열심히 민주주의의 뿌리인 부마민주항쟁을 알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배현정 기자  feliz_ing@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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