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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무뎌진 ‘불편함’
  • 전운정 기자
  • 승인 2019.09.29 15:02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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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정 기자
cloudtop@pusan.ac.kr

기사 소재를 찾기 위해 국민 신문고를 보던 중 ‘인도가 끊어져 차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장전1동 60-3에서 인도가 갑자기 끊어져 위험하게 차도를 이용하고 있어 인도 설치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후, 우리 학교 북문 원룸촌 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우리 학교 북문으로 등교할 때마다 인도가 없고 있어도 좁아 이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불편함이 공개 제안을 읽은 후 당연하지 못했고, 불편을 넘어 안전이 우려됐다.

보행자의 안전보장이 필요한 이유는 보행자가 도로 위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보행자는 도로에서 가장 무방비하다. 운전자는 차 내부 안전장치로, 이륜차 운전자는 헬멧과 같은 보호 장비로 보호받는다. 하지만 보행자에게 이런 보호 장치는 없다. 이 때문에 도로 위 사고에서 보행자는 가장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취재를 다니며 본 학교 주변의 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인도가 좁아 차도로 다니는 사람이 많았고, 인도가 전혀 없는 곳에서는 오토바이와 차의 빠른 속도가 위협적이었다. 좁은 도로 위 불법 주 정차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도 있었다. 보행자의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듣게 된 취재원들의 생각이 필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 취재원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도로에 대해 인도를 만들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며 웃고 넘겼다. 취재를 끝내고 탄 택시의 운전자도 길이 좁으니 어쩔 수 없다며 상황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되는데 모두가 보행자의 안전에 안일했다. 동시에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구청, 더 나아가 부산시의 무책임함이 보행자들에게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라고 느꼈다. 그들의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은 해결방안이 없으니 참고 견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를 참고 견딘다는 보행자의 태도는 보행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무뎌진 불편함을 인지하고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로의 여건에 따라 인도 확보가 어렵더라도 속도제한과 불법 주정차 관리 등 보행 안전을 위한 도로 여건을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므로 참고 견디는 것은 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필자도 이전까지 안전을 위협받는 도로를 걸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불편함을 당연하게, 그리고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취재로 보행할 때마다 불편함을 인지했고, 개선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대부분 교통사고는 개인의 부주의함으로 이어진 사고라고 여긴다. 그러나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기보다 먼저 그런 부주의함을 보완할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불편함’에 대한 목소리를 내 안전한 도로에서 보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전운정 기자  cloudtop@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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