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
feliz_ing@pusan.ac.kr

올해 1학기, 우리 학교에 ‘적신호’가 켜진 시기였다.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환경미화원 한 분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항상 적신호가 켜지는 학내 문제도 있다. 바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다. 우리 학교는 장애인 학생들이 맘 편히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위한 화장실 설치율이 55%에 불과하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인도를 이용하지 못해 차도에 내몰리기도 한다. 또한 학내에 차량 진입을 통제하거나 학생들의 보행권을 관리할 실질적인 책임자가 부재해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변화가 필요한 것들은 왜 쉽사리 바뀌지 못하는 걸까.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관은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지만 이조차 튼실하지 못하다. 지난 24일 열린 대의원총회가 진행되던 중, 결정적인 대목에서 필자는 한숨을 내뱉었다. 정규 회의를 없애고 위원장이 필요할 시 위원회를 열겠다고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 운영세칙>을 개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정이다. 또한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 대의원은 없었다. 1학기를 진득이 버틴 각 기관의 학생 대표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녀야 할 생각의 그릇이 커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대의원총회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하지만 대의원총회가 끝나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네’라고 필자는 중얼거렸다.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는 인권을 침해받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번 개정은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이 안 되는 학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 기관은 묻혀있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춰내고, 그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다룰 내용이 없음에도 회의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개정 이유를 들어서일까.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 위원들의 역할 회피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는 발생한 사건을 처리하고 해결만 하는 사후 처리 기관이 아니다. 약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학내 언론인 본보를 비롯해 인권 문제를 다루는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는 학내 사안에 귀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규 회의를 없앤 것은 이들의 본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을 만한 사안이다. 

이들의 자율 운영을 마지막으로 믿어볼 수밖에 없다. 위원의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아 정규 회의가 열리지 못했던 일이 다반사인데 정규 회의조차 폐지됐으니 찝찝하긴 하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위원장과 위원들이 해당 기관의 중요성을 느낀다면 회의는 상시 소집이 가능하다. 이들이 진정으로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 기관 설립의 목적을 인지한다면, 학생들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변을 둘러보고 학내에 소외당한 학생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힘껏 내야 한다. 이것이 이들의 역할이자 중앙학생권익보호위원회 위원의 본분이다. 꼭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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