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기구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경험하고 사회 정의가 평화의 토대임을 성찰하며 1919년에 설립되었고, 이후 유엔의 전문기구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서야 152번째 회원국으로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가입 이후 거의 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국제노동기구에서 정한 기본협약 8개 중 4개만 비준한 채 노동기본권의 비정상 상태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기본협약은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87호, 98호)과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 협약(29호, 105호)이다. 특히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체 설립의 자유와 자발적인 가입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원에 대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대한민국 헌법 33조에서 규정한 노동기본권의 정신과 상통한다. 

그동안 정부는 유엔과 국제노동기구로부터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았으나, 성실한 비준 노력을 다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노동인권의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우며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 관련 1개 협약 비준안을 의결하였고,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물론 향후의 비준 절차와 국내의 관련법률 개정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노동기본권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결사의 자유’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정부기관이나 고용주의 간섭 없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이나 여타의 단체를 결성·가입하며 자율적인 규칙에 따라 대표자를 선출하여 활동할 권리를 뜻한다. 즉 결사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노동하는 시민들이 누리는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결사의 자유의 보장은 비단 직업 세계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대학교육의 이념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것은 교육기본법 2조에서 규정하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의 육성이라는 교육이념을 충실히 구현하는 일과 직결된다. 그동안 민주시민의 자질 육성이라는 교육이념 구현에 있어서,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시민 역량의 교육은 불온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사소하게 취급돼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민주공화국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그 토대가 허약했던 것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며 장차 직업세계에 진출할 젊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해서 대표자를 선출하고 자신의 권익을 집단적이고 합리적으로 표현할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목표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 더 나아가 교수, 강사, 직원, 학생, 조교, 연구원 등 대학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노동조합, 교수회, 학생회 및 기타 단체 등의 형태로 결사의 자유를 실천하고 그것에 바탕하여 대학의 민주적 자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대학은 민주시민의 자질 육성이라는 교육이념을 제대로 실현하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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