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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그들은 쉴 곳이 필요하다
  • 김정윤 기자
  • 승인 2019.09.28 21:51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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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식 공간에서 숨지면서 단순 노무 근로자의  노동 처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 내에 적절한 휴식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사회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휴식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법으로 명시된 권리

노동자들을 위해 열악한 휴식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법에 이를 명시했다. 우선 <근로기준법> 제 54조에는 4시간마다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5조에는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과 근로 조건 개선 의무를 부여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 29조에는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을 위해 원청 사업자가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작년 7월 ‘사업장 휴게 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다. 휴게시설은 작업장이 있는 건물 안에 설치하며 불가피할 경우 작업장에서 100m 이내나 걸어서 3~5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면적은 1인당 최소 6m²을 확보하고 냉·난방시설과 환풍기를 설치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게 돼 있다. 또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명과 소음 기준을 준수하고 생활에 필요한 비품 등을 구비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국공립대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용역 근로 조건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을 따라야 한다. 보호 지침은 용역 근로의 계약과정을 개선하고 용역근로자의 노동 조건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중앙정부 △지방자치 단체 △국·공립학교 △공공기관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우리 학교 실태 점검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단순 노무 노동자는 △환경미화 △경비 △시설관리 △조리원 등이 있다. 환경미화원은 대학 본부가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경비와 시설관리의 경우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하고 있다. 조리원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직접 고용하고 있다. 또한 우리 학교 부속기관인 부산대학교병원(이하 부산대병원)의 경우 용역업체를 통해 단순 노무 노동자를 511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병원에서 △주차 △청소 △시설관리 등을 맡고 있다.

우리 학교 대부분의 건물은 단순 노무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 확보돼있는 상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권고한 △1인당 면적 △냉·난방시설 △환풍기 등이 지켜지지 않은 곳이 있었다. 새벽벌도서관과 중앙도서관 미화원 휴게실의 경우 환풍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건물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환경미화원 A 씨는 “창문이 있지만 환기가 안 돼 내부가 습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도서관 행정실 관계자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라며 “휴게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휴게 공간의 위치가 부적절한 경우도 있었다. 새벽벌도서관과 공동연구소동의 미화원 휴게실 중 1곳은 계단 밑에 있었다. 이 때문에 미화원들은 휴식 중 소음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공동연구소동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B 씨는 “계단 밑에 휴게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소음이 심하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휴게 장소의 위치 변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과 사람 한인임 사무처장은 “소음은 대표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며 “소음은 △소음성 난청 △정신질환 △신경계 질환을 유발한다”라고 전했다.

주차장에 휴게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다. 공동연구소동의 미화원 휴게실 중 1곳은 주차장에 있었다. 자연대 행정실 담당자는 “건물 안에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없다”라며 “공간이 생긴다면 휴게실을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휴게 공간이 주차장에 있는 것은 건강상 문제 발생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백도명(서울대 환경보건학) 교수는 “자동차 매연은 대표적인 오염원”이라며 “자동차 근처에 휴게공간이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금정회관에서 일하는 조리사들을 위해 마련된 휴게 공간도 열악했다. 냉·난방기와 환풍기는 마련돼 있었지만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1인당 최소 면적인 6m²을 확보하지 못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샤워 시설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이에 생협 권경규 관리팀장은 “금정회관 안에 휴게 공간을 만들 곳이 없어 임시로 만들었다”라며 “현재로선 금정회관을 3층으로 증축하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휴게공간이 없는 곳도 있다. E동의 경우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과 샤워시설이 없다. 해당 건물에서 근로하는 환경미화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해당 건물에서 근무하고 환경미화원 C 씨는 “작업장 근처 임시 휴게 공간이 있는데 식사할 때 불이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다”라며 “샤워 시설이 없어 씻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제 2주차장도 휴게 공간이 없었다. 제 2주차장에 근무하고 있는 주차관리원 D 씨는 “따로 휴게 공간이 없어 근처 관리소에서 쉬고 있다”라며 “환경이 열악해 선풍기나 냉장고 등을 주워 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부산대 병원 측은 E동의 경우에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곳에 휴게 공간을 마련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 3주차장의 휴게 공간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전문가들은 휴게공간이 지하에 위치한 경우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도명 교수는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갈 때마다 대기오염수준이 증가한다”라며 “환기를 열심히 하더라도 대기오염물질이 잘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휴식공간으로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산대병원지부(이하 부산대병원 노조)는 휴게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산대병원 노조 정재범 지부장은 “일자리를 떠나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휴게 시간의 정확한 개념”이라며 “청소나 시설은 업무 특성상 업무가 지속돼 휴게 시간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부산대병원 노조가 노동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병원에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노조 정재범 지부장은 “노동 처우를 개선하라고 병원 측에 요청했지만 용역업체에 요구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라며 “용역업체는 병원에서 돈을 주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적절한 휴식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노동권의 침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인권센터 임애정 전문상담원은 “일을 할 권리에는 건강을 지키며 일할 권리가 포함이 돼 있다”라며 “휴게 시간이 지켜지지 않거나 휴식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전했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전문가들은 노동자를 위한 휴게 공간 마련은 필수라고 전했다. 적절한 휴식이 없다면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사회연구소 홍종윤 연구원은 “산업재해는 직무 몰입도가 떨어져 생기는 일”이라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휴게 시간이나 휴게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단순 노무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휴게 공간이 중요하다. 백도명 교수는 “단순 노무 노동자들은 대부분 50세 이상으로 만성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직업 특성상 자동차 매연과 같은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휴게 공간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샤워 시설 마련도 요구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계자는 “외부에서 일하다 보면 오염물질이 작업복이나 작업자의 피부에 묻는 경우가 있다”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샤워 시설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단순 노무 노동자의 휴식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학교나 병원의 노력이 필수 적이다. 자체적으로 휴식 환경에 대해 근로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건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휴게실 설치로 인한 편익>에서 ‘정기적으로 휴게실 애로사항이나 불편사항을 파악해 개선하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나서 근무환경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휴식 환경을 조사해 직접 권고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사측에서 잘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 제도의 개선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관계자는 “과태료는 처벌성이 약하다”라며 “기존 법의 처벌을 벌금으로 강화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정윤 기자  jungyoon0207@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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