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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강렬한 울림, 마크 로스코를 말하다
  • 이지수 기자
  • 승인 2019.09.28 18:04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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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상주의 화가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작품에는 사물도 인물도 없다. 다만 두세 가지 색채의 옅게 번진 사각 형체만이 존재할 뿐. 이 작품들은 현대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그린 것이다.  

액션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함께 추상표현주의를 이끄는 거장 마크 로스코. 예술의 본질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에 있다고 여겼지만, 작품을 그리느라 오히려 외로움과 어둠에 압도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가다. 초기 작품에는 정물화나 풍경화 기법이 사용됐으나 1946년부터 자신만의 화풍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그는 △비극 △운명 △황홀 같은 감정을 색으로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색을 ‘침묵’이라 여긴 그의 섬세함이 관람객에게도 전달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 관람객이 많았다고 한다.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유명한 유작, <무제(레드)>(1970)(이하 <레드>)는 자신을 치유하고자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붉은색은 마크 로스코에게 생명을 의미한다. 마크 로스코는 <레드>를 보며 ‘<블랙>(1969)(우울)이 <레드>(생명)를 삼켜버리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결국 블랙이 그의 삶을 압도하고 말았다. 삶을 갈망했던 그는 안타깝게도 1970년 2월 25일 스튜디오에서 손목을 그어 홀로 생을 마감했다. <레드>를 통해 우울했던 영혼을 치유하고자 했으나 끝내 실패한 것이다.  

자살을 선택하게 만든 그의 우울과 고독함은 로스코 채플 예배당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로스코 채플의 건축은 디자인부터 작품의 크기 및 간격까지 모든 부분에 마크 로스코의 손길이 닿아 있다. 로스코 채플에 걸려 있는 작품은 <무제> 14점과 4개의 미완성작이다.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으로만 가득 찬 이곳에서 종교와 이념,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오직 감정만으로 사람들이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철학자 강신주는 이런 마크 로스코를 ‘소통표현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크 로스코는 ‘나는 색의 관계나 형태, 그 밖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유일한 스승이었던 밀턴 에브리(Milton Avery)가 사용한 색감이나 형상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색감의 표현은 그가 치열하게 삶을 고찰한 흔적이다. 또한 마크 로스코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나’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화가였다. 이러한 연유로 그가 남긴 작품들은 인간이 가진 모든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전순영(건국대 미술치료학) 교수는 “현대인들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통해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라며 “침묵을 담은 색채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마주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jisooandlog@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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