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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과학은 국가적 자존심인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8 17:46
  • 호수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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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올해는 10월 7일 저녁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발표가 있다. 10일에는 문학상, 11일은 평화상 수상자가 결정되고 14일에는 경제학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11월 27일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에서 그는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자신의 유산 약 3,100만 크로네를 스웨덴의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 유산으로 노벨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를 해마다 상금에 충당하는 방식으로 1901년부터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는 지난해까지 총 607명이다. 그런데 607명의 과학자 가운데 우리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생각처럼 많지 않을 것이다. 노벨상을 받을 만큼의 업적을 쌓았다고 해서 당신의 삶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적으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을 들 수 있다. 그는 32살에 최연소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36살에는 물리학계 최고의 상이라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호킹은 노벨상과 인연이 없었다. 노벨상은 ‘이론보다 실험으로 인한 증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에 우주 분야 연구자에게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과연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호킹은 1959년 17살의 나이로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졸업반이던 때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어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한 뒤로 이런 사고를 자주 겪었다. 21살의 청년에게 의사는 루게릭병이라는 희귀 병을 진단했다. 또 앞으로 2년 정도 살 것이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호킹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 상태에 대한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나는 삶에 대해 지겨워하고 있었다. 가치 있는 어떤 것도 할 일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내가 처형당하는 꿈을 꿨다. 갑자기 나는 내 사형 집행이 연기된다면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으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나 스스로가 놀랍게도 과거보다 지금의 나의 삶을 더 즐기게 되었다”. 그는 많은 일을 해서라도 사형 집행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이 모두 어려웠지만, 특히 블랙홀과 관련해 큰 업적을 남겼다. “물질은 시공간의 휘어짐을 결정하고, 휘어진 시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 1915년 11월 아인슈타인이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의 결과물이다.

1990년대 천문학자들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초대질량 블랙홀을 확인했지만, 이에 대한 성질이나 특성은 규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호킹은 손가락도 거의 움직일 수 없고 눈을 깜빡거리기도 어려운 난치병 속에서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론화했다. 블랙홀 이론은 블랙홀 발견 못지않은 충격을 가져왔다. 호킹이 지난해 6월 3일 76세로 숨을 거뒀다. 비록 생전에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많은 영국인은 영국의 자존심으로 문학계 인물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꼽지만, 과학계 인물로는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과 더불어 스티브 호킹을 꼽는다. 그의 유해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뉴턴과 찰스 다윈의 묘 사이에 묻혔다. 

영국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유해가 안치되는 것은 큰 영예다. 과학자 중에서는 1937년 핵물리학 개척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이 사원에 안치됐고, 1940년 전자를 발견한 조지프 존 톰슨이 안치된 것이 마지막이다. 해마다 10월이 오면 우리나라에선 노벨상 수상자가 왜 배출되지 않는가 한탄하기 일쑤다. 하지만 영국은 노벨상 수상 여부를 한탄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영국의 자존심 ‘뉴턴과 다윈, 호킹’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실망하는 이유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과학이 한국 사회에서 국가적 자존심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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