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 하면서 ‘고교 서열화와 대학 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은 법무부 장관 임명에 항의하며 연쇄 삭발식을 거행하고 장외 투쟁을 지속할 태세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가장 부각된 사안은 조 장관 딸이 진학 과정에서 ‘교육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경쟁을 훼손했다는 대목이었다. 조 장관의 딸이 고등학생으로서 대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학술 논문의 제1 저자가 된 것이 큰 논란거리였고, 최근에는 모 대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총장 표창장의 진위가 시빗거리로 떠올랐다. 입시 경쟁에서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들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았더라도 시도하기 힘든 고난도 기법을 구사한 것이 특히 젊은 세대와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켰다. 조국 장관이 그동안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경쟁을 강조해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배신감도 더해졌다. 이러한 분노와 박탈감을 배경으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수사가 거침없이 이어졌고, 끊임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각종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또, 교육기본법 제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경제 △문화 △사회 자본이 자녀의 학력 경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검찰의 수사가 ‘과잉’이고, 언론의 가짜뉴스는 ‘허위’라고 하더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허위가 아니며 부당하지 않다. 커다란 사회 경제적 불평등 아래 진행된 불공정 경쟁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기 때문이다.

구조화된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학력 경쟁은 공정하지 않다는 점, 교육기회의 평등은 이상일 뿐, 교육기회의 실질적 불평등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평등의 이상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불평등한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일도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으며, 교육 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고치는 방안도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대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현재의 서열화된 대학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쉽게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추구해나가는 정책 수립과 제도개혁은 법무부 장관의 교체나, 정치인들의 삭발, 검찰 수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조 장관 딸의 입학 과정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맹렬한 시선이, 그리고 교육 개혁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현재의 정국에서만 유효한 정략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과연 누가 교육기회의 실질적 평등이라는 이념과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후속 노력과 실천을 꾸준히 벌여나가는가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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