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경 대학 사회부장
sunlight1105@pusan.ac.kr

연일 뉴스에서 돼지 열병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돼지 열병으로 수많은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돼지들이 불쌍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필자도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움과 동시 한동안 돼지고기를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물을 사람과 동등한 생명으로 보기보다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물건으로 보는 것이 더 익숙한 것이다.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책등에서 동물의 열악한 사육 환경에 대해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관심은 동물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그런 흐름에서 비건이 늘어나고 동물복지 마크가 있는 제품만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반영해 동물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환경에서 키워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 내놓는다. 친환경 또는 동물복지 인증 표시를 달고 판매되는 계란, 닭고기 등이 그 예다. 

필자도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 학대를 보면 화를 참지 못한다. 가축들의 사육 환경을 알고 안타까움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트에서 선뜻 동물 복지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짚지 못한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동물등에게 합당한 복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배로 많은 돈이 요구된다. 동물 복지가 이뤄진 제품은 다른 제품과 달리 특별 대접을 받고, 그리고 비싸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자취생에게는 선뜻 짚기 어려운 가격이다. 합당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추가적인 비용 지불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장을 보러 가면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보다 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물건을 사는 것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경제적 이유가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막는 것이다.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딜레마를 느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필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동물복지보다 돈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돈을 아끼기 위해 동물권을 침해하며 생산된 물건을 소비하고 이것은 다시 동물 복지가 지켜지지 않는 환경을 생산하게 된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한다. 복지가 지켜지는 물건만 소비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복지를 위해 쓰는 돈도 아깝지 않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자취생도 금액을 따지지 않고 망설임 없이 동물 복지 인증 마크가 찍힌 물건을 집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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