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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감’ 그 두꺼운 책 속에서 나를 찾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9.09.22 00:03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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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감>

(감독 김인선 | 2018)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영화 <이키루(いきる)>의 주인공 와타나베 칸지(わたなべ かんじ)는 관료주의 사회에 적응한 인물이다.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업무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주어진 업무만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자 본인의 지난 삶을 회상한다. 그는 무기력한 태도로 임했던 과거의 모습을 반성하고 열정적으로 일에 임했던 젊은 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에 시민들이 오랫동안 건의했던 놀이터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는다. 본인이 등한시해왔던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후 와타나베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료들은 그의 마지막 업무에 감명을 받고 ‘와타나베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동료들은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반복한다. 와타나베는 동료들과 확연히 다른 행동을 취한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어른도감>은 영화 <이키루>와 같이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두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어른도감>의 주인공 재민(엄태구 분)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한다. 사기꾼인 재민은 연을 끊었던 형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는 가족의 죽음이 중요치 않다. 형의 죽음 뒤 남은 사망 보험금을 타기 위해 조카 경언(이재인 분)을 양육하겠다고 결정한다. 홀로 남은 14살 조카를 위해서라기보단 보험금을 얻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금마저 날린 이후 재민은 경언에게 사기행각을 벌이자고 제안한다. 경언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지 말자며 삼촌에게 충고한다. 하지만 경언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삼촌의 제안을 따른다. 경언과 재민은 동네 약사 점희(서정연 분)를 상대로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친분이 쌓인 뒤 점희의 친척모임까지 가게 된다. 그날 재민은 술을 마시다 곯아떨어져서 편하게 자는 모습을 보인다. 경언처럼 사기를 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결국 우연히 사기행각이 밝혀지고 점희는 재민에게 이별을 고한다. 재민은 경언이 그 사실을 말했다고 오해하며, 어린 조카를 두고 집을 나간다. 피후견인으로 정해진 어린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보다 충동적인 감정에 휩쓸린 것이다.

경언은 재민에게 버림받은 상황에서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에 주저앉아서 울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민을 찾아 나서고 자신의 의지로 그를 선택함으로써 재민보다 성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언이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가정환경 때문이다. 경언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 하나의 선택을 할 때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재민은 사회적, 신체적으로 어른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경언은 어른의 자세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지만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내리는 결정은 다르다. 둘 다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그 느낌은 이질적이다. 실제로 영화 밖의 세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어른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그들이 내리는 각자의 선택은 상반되는 어른 상을 만들어낸다. 영화 ‘어른도감’의 제목처럼 어른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매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김유정 기자  kyj1999@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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