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만호(영어영문학) 교수

필자는 1955년생 그러니까 베이비붐 1세대로 내년이 현직 대학교수로서의 마지막 해이다. 내년 8월이면 정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수로서 모교에서 25년을 봉직하다가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74년 3월 문리대 영문과에 입학해서 1981년 2월에 문리대 영문학과 학부를 졸업한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고, 그동안 △조교 △시간강사 △전임강사 시절을 포함하면 내년까지 무려 46년이나 되는 세월을 모교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얼마 전 <교수 신문>에 의하면 5년 이내 대학교수 30%가 은퇴한다고 한다. 베이비붐 제1세대 교수의 대규모 은퇴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내년부터 은퇴 대열에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가 합류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그간 한국사회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던 견인차들이 뒷방으로 물러난다는 뜻이다. 2016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65)’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 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4만명씩, 2030년대에는 연평균 44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이런 현상은 그대로 대학과 학문 공동체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 학문 공동체의 개성도 사라지고 학풍을 계속 잇기 조차 어려운 실정이 될 것이다.

대학교수 사회에서 출생연도별로 볼 때, 가장 급격한 증가를 보이는 건 1955년생들인데, 세 자리 수를 넘어서는 임용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1955년~1963년생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이루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교수들 역시 1955~1963년생이 가장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 세대가 2020년부터 대규모 은퇴를 맞게 된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의 대규모 은퇴는 학문 공동체의 세대교체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인문 대학만 하더라도 현재 정원 76명 가운데 38명(더 정확하게는 40명)이 2028년 이전에 정년 퇴임을  맞게 되고 이 숫자는 우리 인문 대학의 50%에 해당하는 셈이 된다. 아마 다른 단과 대학도 이와 비슷한 추세가 되리라고 본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사람들로서 2010년에 712만 명이 되었던 거대 인구집단이다. 규모 면에서 보면 세계 2차대전 이후 탄생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680만명보다 30만명 정도 많고, 총인구 비중에서도 5% 정도인 ‘단카이’ 세대보다 높은 14.6%로 만약 은퇴가 본격화된다면 노동력 부족 등 사회적 문제가 일본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시급한 고령화 정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고령 사회를 대비하는 정책과제는 인구에 회자될 뿐,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고령 사회에 도달하는 2018년과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으로 65세에 도달하여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0년을 목표로 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정책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곧 닥치게 될 급격한 대규모 대학교수들의 은퇴로 우리 대학도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만한 세대교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중하게 아끼던 대학이 급격한 세대교체와 규모 축소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떠나는 교수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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