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방문객 수 약 1천 3백만, 08·09년 네이버후드어워드 영화리뷰 부문 연속 수상, 2003년 12월에 시작한 황홍선(예술문화영상 4) 씨의 블로그 ‘Project-R’의 역사다. 홍선 씨는 네이버에서 유명한 영화 리뷰 블로거로 닉네임 레드써니 혹은 R군으로 통한다. 그는 “말로만 영화 감상이 끝나는 것이 싫었어요”라며 이유를 밝힌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웹진을 만들고 싶었으나 웹 지식이 부족해 쉽게 운영할 수 있는 블로그를 통해 대신하고 있다.
 

  영화 잡지를 보고 다양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R군은 “많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자고 결심했어요”라고 영화를 더욱 각별하게 대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그는 일주일에 2~3번 영화관을 찾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해 지금까지 본 영화가 무려 1천여 편에 이른다고.


 

“저는 몇 해 전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 면접에서 떨어졌어요”라며 말문을 연 R군은 당시 다니던 학교 자퇴이후라 크게 낙담했다고 이야기한다. 힘든 시기였지만 블로그 운영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영화 ‘괴물’ 리뷰가 네이버 메인에 뜨고 이것을 본 롯데시네마 잡지 관계자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취재단으로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쓴 글로 취재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니 놀라웠어요”라며 온라인의 힘에 대해 감탄하는 홍선 씨. 이후 칸 영화제까지 가는 기회를 잡게 됐다고.


 

  한편 R군은 “어떤 사람은 ‘부산국제영화제는 행사이고 칸 영화제는 축제다’라고 하던데 저는 그 반대로 느꼈어요”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만 칸 영화제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없죠”라고 반박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변에 상영관을 설치하고 유명 영화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요”라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멋과 영화인들의 창구 ‘오픈캐스트’에 만족을 표한다.

 


  학과 공부와 병행하기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R군은 “학점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라며 웃는다. 그에게 영화 리뷰를 올리는 일은 레포트를 제출하는 과제보다 우선시된다. 이렇게 열성을 다하는 블로그 운영이지만 매순간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중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의 글로 악플이 달리기도 하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R군에게 블로그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얼굴의 장애로 자괴감을 느끼며 사회와 단절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그에게 블로그는 꿈을 이루어준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좌절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도 이루어졌고 영화 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꿈에도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 블로그이기 때문. 그는 “최종 꿈은 영화 전문 기자가 되는 것이지만 블로그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요”라며 “제 인생의 변화를 준 블로그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서 저 역시 기회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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