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머물 곳을 찾아 공원으로 스며들다

<선택 아닌 필수, 공원 시리즈>
도심 공원이 단순히 자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의 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공원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써의 활용도 되고 있지 않다. 이에 <부대신문>이 2주에 걸쳐 문화가 있는 공원의 필요성과 부산 공원 조성의 전망을 알아본다. 
▶ ❶ 문화공간으로 성장한 공원의 현황과 순기능
② 수도권과 지역의 공원 비교와 부산 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

 

 

녹색 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느긋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공원. 푸릇한 자연 속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아파트와 차가 가득한 모습은 부산과는 다른 서울만의 풍경이다. 많은 수의 도심공원이 서울에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는 서울의 공원 4곳을 <부대신문>이 직접 찾아가 봤다.

도심 공원에서 찾은 가드닝의 5色매력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흙냄새가 서울숲을 가득 채운다. 오늘은 가드닝 중급반 워크샵(이하 가드닝 워크샵)이 진행되는 날이다. 가드닝 워크샵은 기초교육을 받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토양의 기초나 당근 심기와 같은 실습을 4회차에 걸쳐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6명이 한자리에 모이자 박민지 강사는 참가자들을 이끌고 서울숲 외곽으로 걸어간다. 모두 한 손에는 많은 식물의 특징을 담고 있는 교과서를 들고 있다. 참가자 민선희(서울시, 47) 씨는 “서울숲은 사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서 식물을 접하기 적절하다”라며 “가드닝 워크샵이 주말에 열려 나 같은 직장인들이 참여하기 좋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공원 구석에 덩굴처럼 자라고 있는 개나리 앞에서 교과서를 폈다. 개나리를 만져보고 자르기도 한다. 참가자 이경자(서울시, 54) 씨는 “원래 식물에 관심이 없었는데 서울숲을 통해 식물이 좋아졌다”라며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니 공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라고 전했다.

숲을 둘러본 뒤, 본격적인 가드닝 워크샵이 진행됐다. 이날은 △분주 △물꽂이 △잎꽂이를 배우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교과서와 식물들을 번갈아 살피며 공부한다. 박민지 강사가 옥잠화 뿌리를 반으로 잘라 참가자들에게 보여준다. 참가자들도 옥잠화를 반으로 갈라본다. 이번에는 잎으로 번식하는 아프리칸 바이올렛을 나눠가지고 화분에 심어본다. 박민지 강사가 수업의 끝을 알리자,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기에 참가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가드닝 워크샵의 전반을 진행한 박민지 강사는 자연과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가드닝이 좋아져 취미가 되었다고 말한다. 덧붙여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는 시민들이 늘어 전문가들의 투어 및 강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가드닝 워크샵같이 문화와 공원이란 공간이 결합하여 ‘공원문화’라는 새로운 시민문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깅’도 ‘조정’도 공원에서

해가 다 뜨지 못해 하늘이 어스름한데도 많은 사람이 망원 한강공원(이하 망원공원)을 채운다. 그 속에서 패들보드 속에 바람을 넣는 등 조정 준비를 하는 ‘한강 오어보드로잉클럽’(이하 클럽) 회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망원공원에 모여 조정을 한다. 한국에서 맘 놓고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망원공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처음 모임에 참가한 김경재(인천시, 38) 씨는 “카약을 해 본 뒤 수상 스포츠의 매력을 느껴 조정도 도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정 말고 다른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넓은 곳은 망원공원밖에 없어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여기저기를 누비며 회원들의 패들보드를 손봐주던 김현필 매니저는 망원공원에서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수상스포츠의 안전 문제와 인프라 부족 때문에 개인들이 맘 놓고 조정을 즐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망원공원에서만은 안전하게 그리고 접근성이 좋아 쉽게 조정을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놀면서 자연스레 문화도 누리다

금요일 저녁의 올림픽 공원은 흙길과 잔디밭을 마음껏 밟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하다. 또한 가족 단위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도 즐긴다. 아이와 함께 올림픽 공원을 방문한 배문경(서울시, 41) 씨는 “공원에 준비된 문화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이 공원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공원 안에는 미술관 ‘SOMA’도 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 즐길만한 전시회가 가득하다. 공원 속 문화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이루비(서울시, 40) 씨는 “아이 수준에 맞는 전시회가 있으면 SOMA를 꼭 들린다”라며 “문화 공간으로도 좋고,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은 공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올림픽 공원에서 집이 가깝지는 않지만, 지하철을 타고 접근하기 쉬워 아이와 종종 SOMA를 찾는다고 한다. 여기 올림픽 공원은 산책로도 잘 돼있어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올림픽 공원 주변에 거주해 조깅을 자주 하러 나오는 김춘화(서울시, 51) 씨는 “다른 곳에 살았을 땐 올림픽 공원같이 넓고 안전한 공원이 없었는데, 지금은 큰 혜택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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