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예전에는 기침 감기가 심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오늘날에는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대학의 강의실이나 열람실, 영화관, 회사 사무실처럼 건물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실내 공기 질이 나빠서다. 
 
지난 7월 1일 정부는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을 줄이기 위해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환기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현재 100세대 이상 건축물에만 의무화된 환기설비 설치 기준을 30세대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달에는 추경예산을 통해 학생 건강 보호 및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비롯한 관련 부처는 취약계층을 우선 고려해 실내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유치원은 99%, 초등학교는 86%, 중학교는 74%, 고등학교는 75%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했다. 공기정화장치란 밀폐된 공간에서 실내 공기를 필터로 걸러 내보내는 ‘공기청정기’와 팬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강제로 내보내고 실외의 공기를 내부로 강제로 들여보내는 ‘환기청정기’를 일컫는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공기정화장치를 구경하기 힘들다.
 
가정에서는 창문을 통해 공기를 환기시키지만, 규모가 큰 건물에서는 창문을 일률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은 중앙제어 공기조화시스템(중앙공조시스템)으로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한다. 중앙공조시스템은 팬을 돌려 기계적으로 실내의 공기를 빼내고 실외의 공기를 집어넣는 강제환기 장치다. 중앙공조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공간에는 천장 군데군데에 흡기구와 배기구가 달려있다. 이곳을 통해 실내외 공기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오래전 지어진 건물들은 천장에 흡기구와 배기구가 뚫려있지 않다. 냉난방기만 설치돼 있다.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냉난방기 가동 중에는 창문이나 출입문을 닫아놓을 것이다. 그러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밀폐된 공간이어서 실내 오염물질이 축적돼 간다. 
 
2016년 도로교통공단 오주석 박사가 발표한 ‘차량 내 대기변화가 운전자 피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졸음운전의 가능성도 커졌다. 고속버스 내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승차정원의 70% 이상이 탑승한 상태에서 90분 이상 연속 주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422ppm, 최대 6765ppm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불쾌감(1000ppm 이상), 졸음(2000ppm 이상), 어지럼증(3000ppm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판단력·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졸음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강의실이나 열람실처럼 수많은 학생이 머무르는 공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까지 쉽게 넘어선다. 어쩌면 수업시간에 졸음이 쏟아지는 진짜 이유는 실내공기 질이 나빠서일 수 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농도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농도까지 낮추지는 못한다. 이와 달리 환기청정기는 오염된 내부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환기장치에 헤파필터가 더해지면 공기청정 기능이 추가된다. 공기시장에서도 환기기능과 공기청정 기능이 더해진 환기청정기가 뜨고 있는 이유다. 일부 환기청정기에는 실내공기질측정기(IAQ)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연동되는 제품이 있다. 예를 들어, 실내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기계가 저절로 환기청정기의 풍량 레벨을 조절해 준다.
 
오래된 건물들은 공기정화장치를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 최근에 지어진 건물은 중앙공조시스템에 부착된 에어필터를 주기적으로 씻거나 교체해 주어야 한다. 당장 모든 강의실마다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도서관만이라도 실내공기 질 상태를 알 수 있는 모니터가 비치되는 것이 우리 시대 학생복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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