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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기행
  • 김기대(국제전문대학원 석사 18)
  • 승인 2019.06.01 21:22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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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대(국제전문대학원 석사 18)

 

나는 경로 의존성이 강한 편이다. 하던 일하는 게 편하고, 다니던 길 다니는 게 편하다. 살던 곳을 벗어나는 여행은 계획 세우기도 난감하고, 다녀와서도 문제다. 그런 내게 해외로 떠나는 일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에서 배움과 즐거움을 위한 돈이라면 한국에서 더 큰 즐거움과 배움을 담보하지는 않을까?해외에서 느끼는 그 특유의 금전 감각 없음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내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의 태도라면, 한국에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지는 않을까?그런 28살 대학원생은 부쩍 과거의 선택들을 후회하고 있었다. 미래에 닥칠 일들을 불안해하며 앓는 중이었다. 여기저기 가불한 행복이 많아 갚아 나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운이 좋았다. 대학원에서 해외 연수와 관련해 좋은 기회가 생겼다. 겁 많고 망설임이 많은 나를 위한 그럴싸한 수사적 표현이 발목을 잡았다. 많은 경험을 해보길 권하는 친구, 학교와 주변의 도움을 통해 의존하던 경로를 벗어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돌아가야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익숙지 않음이 가득 찬 곳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 한정된 장소를 오갔다. 연수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남는 시간을 활용했다. 이동을 위해 승차 공유 서비스 ‘그랩(Grap)’ 어플을 활용했다. 흥정 없이 거리에 따라 정직한 요금으로 편하게 다녔다. 편했다. 우리나라도 우버보다 2년 먼저 ‘콜버스’라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규제의 벽에 부딪혀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 먼저 한다고 늘 좋은 건 아닌 게 확실하다.

시내에 일본 차, 일본 물건이 많이 보였다. 도로교통 체계도 일본을 따르고, 백화점에 흐르는 노래마저 일본 노래가 나왔다. 심지어 한 층에 일본 음식, 문화, 물건을 파는 일본관이 따로 있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쉬이여길 때, 오랜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한다. 아, 기회는 하찮게 보이는 곳에 누군가가 시간과 돈을 쏟아 붓고 나면 그제야 기회였음을 알게 되는구나 싶었다.

말레이시아는 종교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나라다. 이슬람교가 국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종교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의복, 생활양식, 법도가 엄격하게 구분된다. 아시아의 용광로라 불리기도 하는 곳이지만, 종교에 따라 성별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한쪽 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문화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관용이란 무엇인가?”, “존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극단은 정작 피어야 할 곳에 쉽게 꽃 피지 못하는 듯하다.

사람 사는 거 크게 다르지 않다. 태어날 때 부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운과 노력에 기대어 아등바등 살아간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사람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이곳도 모르는 사람에게 베푸는 인정이 있다. 사이렌 울리는 차가 지나가면 흔히 말하는 모세의 기적처럼 차가 비켜준다. 같이 아등바등 사는데 조금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줄 알고 아픈 사람에게 공감할 줄 안다. 이왕 같이 부대끼며 밥벌이하며 아등바등 사는 거 멋쩍은 웃음이나 농담 먼저 건넬 줄 안다. 사람 사는 곳이다.

의존하던 경로를 벗어나 잠깐 몸담은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많이 보고 간다.

김기대(국제전문대학원 석사 18)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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