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경 대학·사회부장

sunlight1105@pusan.ac.kr

‘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 지난 20일 한 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 걸린 현수막 문구 내용이다. 이공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학생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캠퍼스 내에 걸면서 논란이 됐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취업률이 낮다는 점을 조롱한 것이다. 이처럼 인문계열을 이공계열과 비교해 낮추는 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조어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문과충’ 등이 그 예다. 대부분의 비하 발언은 취업률과 연관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인문계열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게 된 것일까. 학과의 가치를 해당 학과의 취업률로만 판단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계열 학과를 다니고 있는 필자는 실제로 그런 상황을 자주 마주해왔다. 영어영문학과를 다닌다고 말하면 되돌아오는 것은 ‘그럼 인문대학 다른 학과보다는 취업에 그나마 유리하겠네’라는 반응이다. 다른 기초학문들과 달리 영어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활용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의 학문은 진리 추구를 위한 방법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학을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상은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도 자본주의 잣대로 학내구성원들을 평가하고 있다. 강사법을 앞두고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강사법이 시행됨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간 강사들을 내쫓은 것이다. 실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경우 지난해 1학기 24만1919개였던 총 강좌 수가 올해 23만5383개로 2.7% 줄었다. 이런 상황은 대학의 재정에는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줄어들어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틀림없다. 연구 지원금을 실적에 따라 분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적이 나와야만 다음 연구를 이어갈 지원금이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학내 구성원이 연구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도를 하기 꺼리게 만든다. 학문에 대한 탐구를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역할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문을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자본주의적 판단으로는 제 역할을 다 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학업 환경 개선을 우선으로 본다면 예산을 이유로 수업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산이 대학 운영에서 중요한 고려 사안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대학의 기본 취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과거부터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려왔다. 학문이나 예술을 탐구하는 대학의 모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지금처럼 돈을 기준으로 대학의 학문 탐구를 저울질한다면 대학은 무너져갈 것이다.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상징이 흔들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