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환(화학교육) 교수

조금 식상한 주제일지도 모른다.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기는 환경오염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죽은 고래의 배 속에서 발견된 비닐 사진과 바다거북이 코에 꿰어진 플라스틱끈을 빼내는 동영상은 SNS에서 널리 공유되어서 대부분 한 번쯤은 봤었을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에서 미국의 탐험가가 세계 최고의 잠수 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해저 11km 지점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을 촬영하여 세상을 두 번 놀랍게 하였다. 빛조차 잘 들지 않는 심해의 바다에서도 찬란한 인류 문명의 흔적이 인간보다 먼저 도달해 있었다.

플라스틱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걸 남용하고 무분별하게 버리는 사람에게 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한때 플라스틱은 지구 생태계의 구원자였다. 상아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도살로 아프리카코끼리는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이때 상아로 만들어지던 당구공을 대체한 물질도, 동물의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합성섬유도 모두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에 죄가 있다면 조절된 강도로 원하는 모양과 색으로 빠르고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그 우수성 때문에 많이 만들어져 널리 사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만들고 안 쓰면 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길은 아니다. 이미 플라스틱은 대체 불가능의 경지에 오른 인류의 문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면을 빌어 기존의 플라스틱을 넘어선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은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석유가 고갈된다면 그 원료를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나 사탕수수, 콩의 녹말 성분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번쯤은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재질의 식기를 봤을 것이다. 우유의 카제인이나 해조류에서 추출되는 천연물을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을 통칭해서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고분자물질로 만든 것도 있다. 아직은 강도가 약해 활용에 한계가 있지만 이것을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화학구조를 조절하여 이들의 분해를 촉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수백 년이 아닌 수십 일 이내로 완전히 분해되어 이산화탄소와 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을 과학자들은 연구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온에 녹이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유해가스가 배출되고 분해된 물질은 다시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고온에 녹이지 않고, 산에 녹여 플라스틱을 다시 처음의 원료 상태로 되돌려 다시 활용하는 방법도 보고되었다. 

이외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분량 관계로 다 소개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버리는 것도,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드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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