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우리들의 학교> 상영 후 GV(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여기 평화를 말하는 영화제가 있다. 큰 조명이 없어도, 검열을 받아도, 다음 연도에 열릴 수 있을까라는 불안 속에도 영화제는 열렸다. 10년 동안이나, 평화의 가치를 나누자는 일념 아래. 그래서 올해 10회를 맞은 부산평화영화제는 ‘계속 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평화가, 평화와 영화가, 부산평화영화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다짐처럼 들린다.

지난 23일부터 부산평화영화제가 개최됐다. 올해를 기점으로 10주년을 맞은 부산평화영화제에 <부대신문>이 찾아 가봤다.

평화를 고민하는 방법

부산평화영화제는 2009년 부산어린이어깨동무가 평화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행사다. 부산어린이어깨동무는 북한 어린이 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과 함께 평화의 가치를 교육하고 알리는 단체이다. 영화제는 더 많은 사람과 평화를 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영화제에서는 △비폭력 △인권 △반전 △반차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상영된다. 부산평화영화제 집행위원회 박홍원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영화가 대다수”라며 “주변의 황폐해진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평화의 기본 가치”라고 말했다. 영화제는 이런 평화의 가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와 방향성을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부산어린이어깨동무 황예지 간사는 영화제에 대해서 “우리의 역할은 평화를 고민하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질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모인 공감, 연대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뜻이 부산을 넘어 한반도, 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영화제는 기원한다.

평화의 열 번째 장이 
열리기까지 

2010년 1회 부산 평화영화제가 개최됐다. 지금과는 달리 기존 기성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었다. 공모전을 도입하고 제대로 된 영화제의 틀을 갖춘 건 5회부터다. 유명세가 높지 않다 보니 공모전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오키나와 전투 속 참상을 그린 박수남 감독의 <옥쇄의 진실>이 국내에 처음으로 상영되는 등의 성과를 내보였다. 300여 편의 공모전은 작년 900여 편으로 늘어날 만큼 관심을 받았고, 올해는 부산광역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쾌거도 이뤄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배급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허가 등 거쳐야 할 업무들은 생소했고, 필요한 인력과 예산도 마련하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제의 뜻을 공감해준 주변의 도움 덕에 영화제는 성장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영화제를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관계자들의 의지가 컸다. 부산어린이어깨동무 사무국 직원부터 영화제 프로그래머, 위원장까지 영화제의 가치를 잇고 싶은 의지들이 10년의 기간 동안 꾸준히 열리도록 만들었다. 부산어린이어깨동무 정윤주 사무국장은 “평화의 의미를 가장 쉽게 다가가는 영화제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며 “이를 통해 느끼는 보람도 컸고, 어떻게든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10번째 열린 평화 축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부산평화영화제는 10회를 맞이했다.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열린 영화제에서는 △체험 △전시 △씨네토크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됐다. 영화는 4개국 24편의 초청작과 경쟁작을 무료로 상영됐다. 

지난 23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옥상정원은 제10회 부산평화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준비된 음식들 먹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개막식을 기다렸다. 개막작으로는 고찬유 감독의 <아이들의 학교>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재일동포의 민족교육에 앞장서온 조선학교가 일본 정부의 억압에 맞서 싸운 역사와 현 상황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후 진행된 GV에서는 제작 계기,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고찬유 감독은 “재일동포로써 일본 정부의 차별적 정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껴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며 “이번 영화제 상영을 계기로 많은 분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24일과 25일에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영화를 비롯해 여러 평화 관련 영화가 상영됐고, GV와 씨네토크가 마련됐다. 마지막 날에는 ‘꿈꾸는 평화상’ 등 4개 부문 시상이 이뤄지면서 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평화영화제는 관객들이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발판이 됐다. 평화영화제에 참석한 이예슬(경남 김해시, 22) 씨는 “평화영화제로 미처 몰랐던 차별, 억압 등의 문제를 알게 됐다”라며 “평소 평화 문제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평화를 위해
계속 가기 위해

10년간의 노력은 10회를 맞이했고, 한 회씩 거듭할수록 영화제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슬로건처럼 계속 갈 것이라고 말한다. 헐벗고 굶주린 삶이 없어지는 날을 꿈꾸며 부산평화영화제는 계속 개최된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부산평화영화제를, 그리고 영화제가 말하는 평화의 의미에도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윤주 사무국장은 “영화제의 인지도 만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필요한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라 생각한다”라며 “조금씩 변화의 씨앗을 뿌려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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