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우아한 선율 위에 수놓는 음정 하나하나는 청자에게 큰 울림을 전달한다. 지난 24일 우리 학교 음악관 콘서트홀에서 성악 정기 연주회가 열렸다. 음악학과가 매년 주관해 오는 것으로 이번 공연에는 △관현악 △피아노 △성악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음악학과 최조은 조교는 “이번 공연은 성악을 전공한 3~4학년 중 실기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로 구성됐다”라고 전했다.

저녁 6시가 되자 공연장의 불빛이 하나둘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신호탄을 알리는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에 성악가와 반주자가 걸어 나왔다. 라흐마니노프의 ‘Ne poy, Krasavitsa pri mne (아름다운 여인이여, 나를 위해 노래하지마오)’로 최온유 씨가 첫 곡을 장식했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을 알렸고 장엄한 고요 속에서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은 우울한 멜로디라 그런지 관객들은 우수에 찬 눈빛이었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삽입곡 ‘Je veux vivre (아!꿈속에서 나는 살고 싶네)’가 연이어 들려왔다. 빠른 왈츠풍의 아리아로 이전 곡과 상반되는 밝은 분위기였다. 줄리엣의 왈츠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이다. 이번 발표회는 구노의 곡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이 외에도 가극 <파우스트>의 ‘Avant de quitter ces lieux (이 곳을 떠나기 전에)’, ‘Air des bijoux (보석의 노래)’ 등이 선보여지기도 했다.

소프라노와 바리톤 그리고 메조소프라노의 독주가 계속해서 이어지다 공연 중반부에 중창이 한 차례 있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의 ‘Hm!Hm!Hm!....’을 다섯 빛깔의 목소리로 채워나갔다. 많은 관객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은 무대였다. 배가현(금정구, 16) 씨는“가장 재밌는 공연이었다” 라며 “다섯 분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소프라노 김하정 씨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랜던 로널드의 ‘Love, I have won you (사랑, 난 그대를 얻었네)’와 독일 작곡가 자코모 마이어베어의 곡 ‘Ombre légère (그림자의 노래)’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곡 모두 밝고 경쾌해 모두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했다. 김민주(음악학 16) 씨는 “오디션에서 김하정 씨가 1등을 차지해 마지막 공연을 한 것으로 안다”라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성량이 놀라울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성악의 묘미는 작은 움직임 속 느껴지는 섬세함이다. 정적인 상태로 서서 불러야 하므로 손짓과 표정 그리고 입 모양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한다. 이번 공연에 이런 부분이 잘 부각됐다고 관객들이 입을 모았다. 이지현(음악학 17) 씨는 “듣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라며 “독주와 달리 중창은 무슨 내용인지 유추하며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또한 김지석(음악학 16) 씨는 “노래를 섬세하게 부른 박소영 씨 무대가 인상 깊었다”라며 “듣는 사람이 감동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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