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2012년 서울대 이병천 교수의 연구실에서 복제견 메이가 태어났다. 메이의 탄생은 2011년부터 진행된 농림수산식품부의 ‘우수 검역탐지견 복제 생산연구’ 과제의 성과물이었다. 메이는 태어난 이듬해부터 함께 복제된 페브, 천왕이와 함께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으로 인천공항에서 검역탐지견으로 5년 간 활약했다. 

작년 검역탐지견의 임무를 은퇴한 메이는 그해 3월 이 교수의 연구실로 옮겨졌다. 이 교수가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위해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며 메이를 포함한 은퇴견 3마리를 이관해 달라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어 11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 잠시 맡긴 메이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고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있었으며, 사료를 허겁지겁 먹다가 코피를 뿜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위풍당당한 검역견 메이를 처참한 몰골로 만든 것일까? 메이는 올해 2월 27일 숨을 거뒀다. 개의 평균 수명이 15년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짧은 생을 살다 간 것이다.

이 교수측은 ‘메이에 대해 혈액검사와 정액검사 등의 실험만 수행했을 뿐 건강에 악영향을 줄만한 가혹한 실험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의 연구팀 소속 사육사가 비인도적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식할 수 있는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5월 11일 방송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복제견을 임신하기 위한 도사견들이 수십 마리씩 대기조로 갇혀 있었다.

이곳에서 갓 태어난 복제견을 돌보는 일을 했던 제보자에 따르면 ‘임신한 개한테만 밥을 주는 걸로 알고 있다’며 ‘새끼를 낳고 봉합한 다음 그 개는 다시 식용농장으로 보낸다고 했다’고 전했다. 생명을 다루는 과학자 집단이 자신들의 연구를 위해 헌신한 실험동물을 식용농장으로 보낸다는 것이 가히 충격적이다. 

이 교수팀은 한 차례 복제견 탄생을 위해 51마리의 암컷에게 544개의 난자를 채취해 18마리의 대리모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켜야 했다. 만약 100마리의 개가 있다면 이 가운데 1년 동안 발정할 수 있는 개는 10마리뿐이다. 그러므로 복제견을 탄생시키려면 현실적으로 500마리 가까운 개가 있어야 한다. 

복제견 연구에 식용견이 쓰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의 농장과 실험실을 오가며 암캐들은 난자를 채취 당한다. 개농장은 이 교수팀에게 저렴한 난자은행이자 대리모를 제공하는 공장이었다. 서울대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이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정에서 키우는 개의 생명은 고귀하고 식용으로 키우는 개의 생명은 식재료에 불과한 것일까? 뜻밖에 복제견 연구는 한국의 개식용 산업과 맞물려 있다. 개식용 농장의 개는 생명이 아니라 △고기를 만드는 기계 △난자 기계 △자궁 기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실험동물로 수백 마리의 개가 동원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조건반사’의 개념을 창안한 옛 소련의 과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1849~1936년)는 개의 턱에 구멍을 내서 타액이 밖으로 나오도록 한 뒤 그 타액의 양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개의 위를 둘로 나눠 음식이 위에 들어갔을 때 소화액 분비와 소화과정을 동시에 관찰했다. 그런데 실험이 끝난 개는 정상적으로 살 수가 없었다. 파블로프는 노년에 ‘내 실험에 희생된 700마리의 강아지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며 죄책감을 드러냈다. 

파블로프처럼 자신의 실험에 희생된 모든 실험동물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실험동물의 3R원칙은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선 동물실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동물실험이 불가피하다면 동물의 수를 줄이며(Reduction), 마지막으로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대한 완화(Refinement)하는 방법으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복제견을 만들기 위해 수백 마리의 개가 희생되는 실험을 반복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번 메이의 죽음이 동물실험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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