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아 <아이즈> 기자

지난 5월 2일에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은 무려 18.2%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을 알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전국투어 콘서트를 돌며 여전히 장년층, 노년층에서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의 종영 하루 뒤인 3일부터 젊은 세대가 즐겨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프로듀스 X 101>이 시작됐다. 두 개의 프로그램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한동안 TV 프로그램 검색 순위 1위와 2위를 다투며 각자 다른 세대를 겨냥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했다.

<내일은 미스트롯> 최종회가 기록한 18.2%라는 시청률은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이다. 비단 TV조선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신문을 만들던 주요 언론사들이 종합편성채널로 TV 시장에 뛰어들면서 JTBC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TV조선은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두 가지를 증명했다. 첫 번째는 TV조선의 시청층이 중장년, 노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이런 상황이 지금 TV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세대가 누구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 프로그램은 아예 중년부터 노년까지의 시청자를 노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갖는 의의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젊은 세대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고령화된 사회 상황을 도리어 제대로 겨냥하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항상 비슷하게 △가족 리얼리티 △시사 프로그램 △생활 정보 프로그램 정도밖에 볼 수 없었던 이들에게 젊은 세대가 보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은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미디어에서 외면 받던 세대가 가장 큰 구매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동시에 <내일은 미스트롯>이 유튜브에 미공개 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년층을 뉴미디어 채널로 이끈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첫 소절 가슴이 꽉 막혀버려요. 신이 주신 훌륭한 목소리 최고입니다’, ‘저절로 눈물이 나네요’, ‘한이 느껴집니다’처럼 언뜻 보기에도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영상에 댓글을 달면서 자연스레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TV조선은 김숙이나 최화정처럼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방송인들을 MC로 내세운 <연애의 맛>을 방송하면서 젊은 층까지 공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고정 시청자들을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가장 영리한 전략을 택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런 의의가 일렬로 늘어서서 빨간색 옷을 입고 자신의 끼를 자랑하던 여성 지원자들의 모습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TV조선의 주요 시청자들은 고령층 남성에 집중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은 미스트롯>이 트로트라는 성인가요 장르를 내세우면서 남성이 아니라 여성 트로트 가수를 뽑았다는 사실은 상업적으로 당연한 고려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트로트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가지 유형의 여성상을 떠올려 보면 이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관해 의문이 생긴다. 장윤정과 홍진영은 소위 ‘맏며느리’ 같이 참하고 씩씩한 이미지, 혹은 애교가 많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사랑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내일은 미스트롯>에 나온 대부분의 출연자는 이런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고등학생부를 따로 만들어 10대 여성들에게까지 비슷한 여성상을 덧씌우려는 시도는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한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왜 성악가를 뽑는 서바이벌에는 남성 출연자들만 나오고, 트로트 가수를 뽑는 서바이벌에는 여성 출연자들만 나오는지 단번에 답을 준다. 그 아래에 깔린 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은 18.2%라는 시청률 앞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그 고루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하는 여성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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