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연기를 거듭해 온 강사법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대학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해 논의를 거듭해 온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에 이른 것이다. 

강사법의 주요 골자는 대학 강사에게 법적인 교원 지위를 부여해 1년 이상 임용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함으로써 강사들의 고용 안정화를 통한 생계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지원은 미비하고 모든 책임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보니 대학의 재정 부담은 증가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들은 시간강사 수를 줄이거나 졸업이수학점·개설강좌 수의 축소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고 있어, 강사법의 취지와 어긋난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강사의 비율이 높은 예술대, 인문대와 같은 단과대학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 빠른 경제 성장에 목표를 두었던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선진국의 산업 기술을 답습하기에 바빴고 이 과정에서 공학 관련 학문에 대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조건에서 경제논리에 입각한 예산 분배는 단과대별 전임교원 수의 격차를 벌어지게 했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자연스레 예술대와 인문대 등은 전임교원의 수가 적어지는 상황에 처했다. 

우리 대학 역시도 이 같은 상황을 답습했는데, 2019년 우리 대학의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분야별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대학 전체 평균이 24.01명인데 반해 예체능계열 34.95명, 인문사회계열 34.48명으로 예체능과 인문사회계열이 상대적으로 학생 수 대비 전임교원 수가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족분은 시간강사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강사 수를 줄인다면 전임교원들이 강사들이 담당해 오던 강의를 떠맡아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된다. 수업 부담의 가중화는 대학 안에서 연구와 교육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임교원들의 연구 능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또한 소수 학문을 다루는 예술대와 인문대는 단과대 특성상 전공들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강의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공의 전문 시간강사들의 조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예술대의 경우 개별 실기지도가 많은 학문적 특수성으로 인해 시간강사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 역시도 대학별 시간강사 총수(학부 기준)를 보면, 예술대 295명, 인문대 149명, 자연대 55명, 공과대 54명, 사회대 41명 등으로 예술대와 인문대의 강사 수가 현저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단과대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사법 시행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으로 대학에서 내어놓은 일련의 고민들은 강사법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수업의 질을 떨어뜨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인문학의 위기’, ‘기초학문의 위기’라고 말하면서도 대학은 경제논리를 도입해 매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지식의 공동체라는 대학의 근본 기능을 붕괴시키는 선택이다. 대학에서 학문 연구 활동의 과정에서 획득된 진리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에 얽매여 근시안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학문과 진리 탐구의 균형을 무너뜨려 종국에는 대학 교육과정의 근간을 흔들고 대학의 기능을 마비시키게 될 것이다. 

변질되어버린 법안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진리 탐구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혜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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