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번째 개교기념일을 맞이하는 동안 우리 학교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는 우리 학교 기록관을 <부대신문>이 알아봤다.

 

새별벌도서관 1층, 개교 이래 우리 학교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 기록관이다. 혼란의 시기 진리가 자유를 주리라 믿었던 한 교육자의 고뇌부터 대학 민주화를 위해 몸을 던진 연구자의 외침까지, 우리 학교를 이루는 73년 간의 기억들이 한 데 모여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의 기억을 저장하는 기록관

대학 기록물은 대학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 대학기록물로 대학의 형태나 대학이 지역 사회에 미친 역할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록물은 학교의 역할이나 기억해야 할 사건 등을 대학구성원에게 상기시킨다. 이해영(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기록물은 과거 대학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라며 “역사가 깊어지고 관계된 구성원들이 많아질수록 기록물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전했다.

대학기록물은 △대학사 기록물 △행정 기록물 △교수 기록물 △학생 기록물로 나뉜다. 대학사 기록물은 대학 설립 및 발전과 관련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다. 행정 기록물은 대학 운영을 위한 학내 행정 기구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성된 기록물을 말한다. 교수 기록물은 교수가 강의에 사용한 자료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성된 기록물이며, 학생 기록물은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기록물이다. 설문현(문헌정보학) 교수는 “대학기록물은 대학구성원의 활동으로 생성되는 모든 종류의 기록물을 의미한다”라며 “교수 기록물과 학생기록물은 자발적인 기증에 의존하기 때문에 특히 귀중하다”라고 전했다. 

기록관은 대학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도 한다. 대학 기록물은 대학 정책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문원 교수는 “행정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라며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기록관의 설치를 공공기관에 의무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기록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존을 위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7년 우리 학교 기록관이 세워졌다. 1999년 사료관으로 개설됐으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대학 기관에서 독립한 것이다. 우리 학교 기록관 장현종 기록연구사는 “우리 학교 기록관은 기록 관리 업무 전문성 제고를 위해 대학 산하의 기관에서 독립 개편하면서 출범했다”라며 “2013년부터는 사서가 아닌 기록관리사를 채용해 본격적인 기록물 관리 업무를 수행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집부터 영구보존까지

대학 기록물 보존을 위해 △이관과 수집 △일정기간 보존 △평가 △폐기 또는 영구보존의 단계를 거친다. 대학 기록물은 학내 행정기구의 자료 이관과 학내구성원들의 기부로 수집된다. 행정기록물의 이관을 원활히 하기위해 일 년에 한번 행정 부서에 이관 교육을 하며 안내 공문을 보내고 있다. 매년 기록관 소개와 기부를 안내하는 책자를 배포하고 격년으로 수집 공모전을 개최해 학내 구성원들 기증을 유도하기도 한다. 교수들의 연구나 강의 자료는 퇴임시기나 연구 과제가 종료됐을 때 자료를 요청해 제공받는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다. 2013년에는 퇴임 총장 3명을 대상으로 구술 채록을 해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장현종 기록연구사는 “기록관을 홍보하고 기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집된 기록물은 평가를 거쳐 영구 보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역사적 가치와 정보가치를 따져 향후 이용될 만한 자료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장현종 기록연구사는 “학교 행정과 관련된 기록물은 법령에 따라 보존기간을 부여하게 돼 있다”라며 “건물의 신설이나 보수 등의 내용이 기록된 기록물은 학교의 변화를 보여줘 영구보관을 결정 한다”라고 전했다

영구보존이 결정된 기록물은 특별 제작된 전문보존용품을 활용해 보관된다. 기록물 보존함은 기록물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중성지로 제작됐다. 또한 보관실의 온도와 습도를 법령 기준에 따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있다. 장현종 기록연구사는 “기증된 기록물 중 이미 산화된 경우 복원한 후 보관한다”라며 “기록물 중 문서자료가 아닌 경우도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화학 처리를 거쳐 보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희소하고 생생해 
가치있는 대학기록”

대학 기록물은 사회사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기고 있어 다양한 경우에 활용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인문관을 건축한 김중업 건축가의 특별전이 열렸다. 이에 우리 학교 기록관이 특별전과 관련한 사진 기록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장현종 기록연구사는 “대학기록물은 역사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지역사 연구에 활용된다”라며 “재작년에는 <EBS>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했다”라고 전했다. 설문현 교수는 “1960년대에 발생한 학생 운동의 기록물 중 상당 부분이 대학 기록물”이라며 “대학 기록물은 대학이라는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감 없이 기록돼 있어 학문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원과 관심이 필요해 

대학기록관이 기록관리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 기록관은 기록연구사 한명과 행정 인력 한명이 기록관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록관리 업무도 있기 때문에 기록연구사 1명은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록물 기증에 대한 대학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교수 기록물이나 학생자치활동으로 만들어진 기록물은 희소하고 연구 가치가 높다. 하지만 기증 없이는 보존할 수 없는 자료다. 이에 설문원 교수는 “학생회나 동아리 같은 유관 단체가 관심을 갖고 기록물 기증에 참여해줬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