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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내 곁에 머물 때

<환절기>

(감독 이동은| 2018 )

누구나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다. 다른 외모를, 행동을, 생각을 미워한다. 싫은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괴롭고 아프다. 영화 <환절기>는 어떤 이에겐 아플지 모른다. 때문에 누군가는 영화에서 느끼는 아픔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은 비로소 알 수 있다. 마음이 괴로운 게 ‘내가 미워하는 것’들 때문이 아니라는 걸.

미경(배종옥 분)은 아들 수현(지윤호 분)과 함께 산다. 어느 날 아들은 친구 용준(이원근 분)을 집에 데려온다. 미경은 갈 곳이 없는 용준을 흔쾌히 집에 들인다. 엄마를 잃은 아이. 하지만 쾌활하고 싹싹한 용준이 미경은 좋았다. 용준이 집에 들어온 후로 수현이 달라진 점도 기뻤다. 말수도 많아지고, 엄마에게 살가워졌다. 시간이 흘러 수현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고, 군에 입대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미경의 옆을 지킨 건 용준이었다. 용준은 연락이 뜸한 수현의 소식을 미경에게 전하고, 수현이 입대할 때는 미경을 따라 배웅에 나서기도 했다. 용준은 미경과 수현에게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였다. 미경에겐 용준이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계절이 바뀌듯 행복도 미경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여행을 가던 수현과 용준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미경은 식물인간이 된 수현과 목발을 짚은 채 서 있는 용준을 마주한다. 그리고 우연히 차 안에 있던 카메라를 들여다보게 된다. 카메라를 봤으면 안 됐던 걸까. 그 안에 있던 진실에 미경은 괴로워한다. 아들 수현은 동성을 좋아한다. 용준과 수현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영화 <환절기>를 보면 ‘판도라의 상자’가 떠오른다. 세상 모든 재앙이 들어 있어 절대 열어서는 안되는 상자. 수현이 갖고 있던 카메라는 미경에게 그것과 같다. “내가 애한테 너무 못 해줬나봐” 미경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괴로웠고 자신을 탓 했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경은 수현에게서 용준을 떼어 놓으려 수현의 병원을 시골로 옮긴다. 그런데도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수현의 옆을 지키는 용준. 모든 걸 부정하고 싶은 상황에 미경은 말했다. “나 도망갈 데가 없어”. 미경은 괴로웠지만 피할 수 없었다. 아들이 숨겨온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곁에 남아 준 용준이 고마웠기에. 

아픔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사건이 괴로운 이유를 알아가다 보면, 그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 자신을 아프게 한 건 진실을 외면하려 자신마저 부정해야 했던 ‘나’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경은 ‘내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용준에게 더는 차갑게 대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그녀의 아픔도 서서히 사그라든다. 어쩌면 미경이 카메라를 열어 본 일은 그녀에게 행운일지 모른다. 괴로움을 마주해야 했지만, 아들을 더욱 이해하게 됐으니. 영화 후반부에 미경은 용준에게 부탁을 하나 한다. 카메라에서 가장 잘 나온 수현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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