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고등교육 공약 점검 시리즈>
촛불 정신을 이어받아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에 <부대신문>이 2주에 걸쳐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주요 고등교육 공약의 진행 상황을 알아본다
① 대학생 관련 공약 진행상황 점검
▶ ❷ 대학 관련 공약 진행상황 점검

 

재정지원사업 개편 및 대학 자율성 확대 ‘완료’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대학재정 지원 사업 개편을 공약했다. 대학 자체적인 중장기 발전계획을 토대로 대학의 일반재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과거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은 대체로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성격을 띠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특수목적지원사업의 비중이 점차 확대됐다. 대학 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해 대학별로 차등 지원하는 비중이 조금씩 증가한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이러한 시장주의적 재정 지원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대학 자율성이 저해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라며 “기본역량, 인프라 등 대학 발전이 정체하면서 대학 지원 방식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자 정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을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올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개편됐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 지원과 기본적 역량 향상을 위해 일반재정지원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추진하고, 특수목적지원사업은 평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구조를 단순화했다. 기존 △대학자율역량강화(ACE+) △대학특성화(CK)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PRIME 등)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해 일반지원 방식으로 대학에 지원된다. 또한 연차별 사업 종료 시 ‘대학혁신지원 사업계획’에 따른 대학혁신협약 이행을 중심으로 성과지표 달성 여부, 사업비 집행 적정성 등을 평가해 지원금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특수목적지원사업을 하면서 대학들이 일반지원 방식으로의 변경과 지원금 집행의 자율성을 달라는 요청이 계속 있었다”라며 “그 요구가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부대신문> 제1559호(2014년 4월 2일자) 참조」 임희성 연구원은 “기존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은 대부분 특수목적사업이라 소모성 경쟁이 격해지고 일부 대학들만 사업에 선정되면서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했다”라며 “이번 개편은 기존 지원 방식의 문제점 해결의 기점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국립대학 명문대학으로 육성 ‘진행 중’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학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립대학이 주력 학문을 특성화할 수 있도록 자율적 혁신방안을 지원하고 교육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거점국립대 집중육성은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가 됐다. 교육부는 2017년 ‘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추진방향’을 통해 △공적 역할 강화 △강점분야 경쟁력 제고 △ 대학 간 기능별, 분야별 특화로 국립대학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국립대학혁신지원사업(PoINT)’을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원을 늘렸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원예산은 2017년(PoINT) 210억 원에서 2018년 800억 원, 2019년 1504억 원으로 3년 간 7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거점국립대 육성지원액은 2018년 475억 원, 2019년 895억 원으로, 지역중심 국립대 육성지원액은 2018년 316억 원에서 2019년 596억 원으로 늘었다. 

국립대학 지원 방식도 개선됐다. 경쟁을 통한 차등지원방식 대신 전체 국립대를 대상으로 재정 및 학생 수, 교원 수 규모에 따른 지원액을 배분했다. 거점 국립대학의 경우, 2018년 총 지원액의 70%는 학생 수와 1인당 교육비 등에 따라 배분됐다. 나머지 지원액은 사업계획평가와 네트워크활성화방안 평가에 따라 지원됐다. 2019년 지원사업비는 사업의 연속성 보장을 위한 연속사업비가 50%, 사업성과평가가 40%, 네트워크활성화 평가가 10%를 차지했다. 사업계획평가, 사업성과평가는 대학별로 수립된 ‘국립대학 혁신계획’을 평가하는 것으로 이는 앞서 국립대학의 자율적 혁신방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학과 국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는 밝히지 않았다. 2015년 기준 거점국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1494만 4천원으로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인 2002만 8천원의 75%에 불과하다. 임희성 연구원은 “국립대학 운영비 지원이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사립대와 큰 차이가 없다”라며 “특수목적사업 선정으로 이중 삼중 재정 지원을 받아온 수도권 사립대학과의 교육비 격차가 유의미하게 줄어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의대·한의대·치대·약대 의무할당제 ‘지체’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저소득층 의무할당제 시행은 지체되고 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육성법’)은 지방대 학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권고하고 있다. 지방대육성법 제15조에 따르면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등은 입학자 중 해당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가 30% 이상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지방대 의·약학계열 중 지역인재 선발 권고 기준에 못 미친 학부는 55곳 중 13곳이다. 이에 권고 사항을 의무화하고, 지역인재 선발 인원에서 저소득층 비율을 할당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공약 이행이 미뤄지고 있다. ‘2018년 교육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공약 이행을 위해 2018년 상반기에 지방대육성법을 개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2018년 12월 개정된 지방대육성법에는 의무할당제 조항은 손대지 못한 채 기존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에 간호대학을 더했을 뿐이다. 이에 정부는 의무할당제 관련 지방대육성법 개정을 2019년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했다.     

 

로스쿨 계층선발 비율 확대는 이행, 지방인재 비율 확대는 ‘진행 중’

로스쿨제도 공정성 강화 세부공약 중 하나인 ‘계층선발 및 지방인재 비율 확대’ 공약 중 계층선발 비율은 확대됐고, 지방인재 비율 확대를 위한 정책은 진행 중이다. 문재인정부는 작년 시행령을 개정해 특별전형 7% 이상 선발을 의무화했다. 이 영향으로 올해 특별전형 원서접수 결과 25개 로스쿨 모두 특별전형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7%를 넘었다. 최종 입시 결과에서도 전체 모집인원 2,136명 중 특별전형 인원의 비율이 160명의 7.5%로 나타나, 6.5%였던 작년보다 증가했다.

지방인재 비율 확대 공약은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2018년 업무보고에서 ‘로스쿨 지역인재 20%’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2017학년도 입시에서 지역대학 로스쿨 11곳 중 4곳이 해당 지역인재를 20% 이상 선발하지 않았다. 이에 올해부터 지역인재 선발비율 준수 여부를 이행 점검 항목에 포함하고, 현장 실태 점검을 실시해 준수사항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지역인재 비율을 의무화하려면 지방대육성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당장의 법 개정이 어려워 대학의 자발적 이행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인재 비율 준수 여부를 이행 점검에서 확인하도록 했다”라며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후속조치로 행정 제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희성 연구원은 “교육부 정책이 이들 대학에 유의미한 변화를 유도했을 수는 있지만 20% 이상 선발하고 있는 나머지 7곳은 확대 유도 방안이 없다”라고 전했다.

 

국립대학 총장 선출 자율권 보장 ‘완료’

국립대학 총장 선출에 있어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권을 보장했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우리 학교에서 열린 故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에서 총장 선출에서의 대학 자율성 보장을 약속했다. 2017년 8월 27일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국립대학 총장선출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며 “간선제를 유도하려는 기존의 재정지원사업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부대신문> 제1546호(2017년 8월 28일자) 참조」

작년 교육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후보자 선정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후보자 선정방식과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연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순위 없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도록 했던 방식도 대학이 순위를 정해 추천하도록 바꾸고, 정부 심의에서 1순위 후보가 부적격 평가를 받을 경우 2순위자 임용을 수용할 것인지 대학이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서열화 없애는 공동입학, 공동학위 ‘변경’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입학, 공동학위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지방 국공립대의 국립대 간 연합 네트워크 구조를 구축해, 함께 입학하고 함께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대학 서열화를 허물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구상은 대통령 선거 후보 공약집에서 ‘중장기적으로 대학 네트워크 구축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 및 대학경쟁력 강화’로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 통해 대학들의 자발적 고등교육 혁신체제 방안 구축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후 혁신강소대학 네트워크 구축 △국공립대 간 기능별, 중점 분야별 특화 추진 등을 내세웠다.

이에 교육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일부로 국립대학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립대학 간 네트워크, 지역사회와의 협력 계획을 평가한 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거점 국립대학의 ‘네트워크 활성화’에 배정된 예산은 약 45억 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학들은 공동으로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고 국립대학 간 네트워크를 강화시킴으로써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임희성 연구원은 “국립대 연합 구상은 사회적 논란으로 공식적인 공약에선 제외됐다”라며 “국립대 간 네트워크 강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해당 사업의 예산이 증가하는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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