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우 (신문방송학) 12

명분과 실리 모두 잃는 총학생회 회칙 개정안.

현재 학생회칙에 따르면 학생회 후보는 선거권자 25%의 찬성만 얻어도 당선될 수 있다. 유권자의 절반 중 절반 이상의 득표만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비긴 어게인(현 총학생회)은 이 허들도 높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투표 성립 요건을 기존의 전체 선거권자의 2분의 1 이상을 3분의 1 이상으로 하향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선거권자의 약 16.7%의 찬 성만 받아내면 당선될 수 있다. 총학생회는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로 단독 선거의 경우 악의적인 투표 불참으로 선거를 무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현실적으로 과반 이상의 투표의 어려움을 들었다.

필자는 1학기 대의원 총회가 도중에 무산되어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해당 개정안은 개정(改正)이 아닌, 개악(改惡)이며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는 최악의 패이다. 그래서 필자는 총학생회가 이 개정안을 포기하기를 희망한다.

해당 개정안으로 총학생회는 자신뿐만 아니라 후대 학생회 역시 학우의 절반 이상의 참여를 이끌 능력이 없음을 당당히 알렸다. 이는 현 총학생회와 후대 학생회의 대표성 모두 깎아내리는 행위이다. ‘절반 이상의 학우의 지지’라는 대의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후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낮아질 경우 다시 한번 투표 요건을 낮추게 하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같은 이유로 전체 선거권자의 4분의 1, 5분의 1로 투표요건을 낮추는 것은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차라리 더 과감한 방법을 제안하겠다. 통계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다. 부산대 전체 선거권자는 약 1만명이다. 95% 신뢰구간에 해당하는 표본의 수는 385명인데, 넉넉잡아 400명을 무작위 추출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만 학생회 선거를 시켜 5% 이상의 차이가 나오면 그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5% 미만이면 다시 반복 시행하면 된다. 전체 선거권자의 4%만으로도 선거를 진행시킬 수 있으며, 무산될 가능성도 없다.

총학생회가 우려하는 점들을 모두 해소시키는 ‘기발한’ 방법이다. 하지만 4%의 인원이 부산대 학우 전원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절반 이상의 학생들의 투표로 우리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총학생회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 이 요건이 선거의 중요함과 대표자의 대표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행사하지 않을 권리 역시 있다. 2011년 서울시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대해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투표 거부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최소 투표 요건인 3분의 1도 채우지 못해 투표함은 파기되었다. 투표 거부 역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 중 하나이다.

적은 학생의 참여, 지난 선거의 논란을 고려하면 총학생회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다음 학생회가 투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묻고 싶다. 절반의 학생을 투표장으로 끌고 나올 능력도 없는데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그러니 총학생회는 이 개정 조항을 삭제하기를 바란다. 혹시 이 글을 읽고도 위의 두려움이 있다면 타짜에 나오는 고니의 명대사를 선물 드린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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