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5월 8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상망에 올라온 공식 기록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누적 관객 수 11,876,389명, 스크린 수 2,167개, 상영 횟수 8,662회. <나의 특별한 형제> 누적 관객 수 976,622명, 스크린 수 856개, 상영 횟수 3,583회.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누적 관객 수 669,110명, 스크린 수 359개, 상영 횟수 516회.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끼어있는 가족의 달이고, 연휴가 있어 가족들끼리 극장으로 나들이할 기회가 많다. 봄에서 여름으로 달려가는 기분 좋은 날씨의 꽃 피는 5월. 이 시기에 극장은 가족영화, 어린이 영화로 승부를 건다. <어벤져스>가 4월 마지막 주에 개봉하고, <나의 특별한 형제>(이하 나특형)가 5월 첫째 주에 개봉한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뽀로로>는 유아가 있는 가족 관람객을 공략하는 영화이므로 논외로 해야겠다. 
 

천이백만 고지가 코앞인 <어벤저스>와 백만을 넘기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인 <나특형>. 스크린 점유율이 현재 <어벤저스>가 48%, <나특형>이 19%이지만, 상영 시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특형>은 23시 이후로 대거 몰려있다. 이건 관객을 보라고 한 건지 스크린 점유율 때문에 극약처방을 한 건지 헷갈리게 만든다. 한때 스크린 점유를 58%까지 차지했던 <어벤저스>가 첫 주를 지나 다른 영화에게 스크린을 양보해주었다고 봐야 할까. 
 

혹자는 말한다. 자유시장 경쟁 체제에서 많은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관객이 보길 원하는 게 사실이지만, 극장에 가면 무조건 저 영화만 있으니 그걸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객 수는 더 늘어난다.
 

오랜만에 괜찮은 가족영화가 나타났는데, 개봉 2주 차에 벌써 예매율이 4위로 처져버려 더 이상 치고 올라가기 힘들 것 같은 못내 아쉬운 영화가 <나특형>이다. ‘장애인들을 등장시킨 코미디 영화’. 어때 벌써 보고 싶지 않은 맘이 드는가?그러나 이 영화는 장애인을 동정적이거나 연민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불순하지도 않고 윤리적인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거나 웃기고 명랑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코미디 소재로 쓰이는 데 차별을 두지 않는다.      
 

<나특형>은 실존 인물과 사건에서 출발했다.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는 광주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가족을 이루며 살았다. 어쩌면 부족함이 많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서로를 애정으로 보살피며 불가능한 꿈을 꾸다가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내는 훈훈하고 뻔한 이야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뻔하디 뻔한 종류의 휴머니즘 영화가 아니다.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동구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형 세하(신하균 분),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췄지만 형 세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다. 가톨릭 신부(권해효 분)가 운영하는 장애인 돌봄센터 ‘책임의 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어느 날, 신부가 사망하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게 되고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약한 사람이 서로 도와야 더 강해진다’라는 주제 아래, 영화는 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로 엮어서 흥미를 부여하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각종 사건들의 전개 속에서 ‘장애인이 장애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장애인이 비장애인 친구를, 비장애인이 장애인 친구를 가진다’, ‘장애가 아니라 장점을 찾아내 품위 있게 살아간다’,‘약하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식의 여러 주제와 교훈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실제 인물인 최승규 씨가 영화를 보고 “비장애인을 나쁘게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는 소감은 특별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 코미디 영화는 과하거나 뻔뻔하지 않고, 조롱하거나 울리지 않는다. 유쾌하고, 인간적이다. 킥킥거리는 웃음과 한 방울 눈물 뒤에 남은 따뜻함이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한다. 조롱 섞인 기분 나쁜 웃음이 아니고, 눈물을 짜내는 신파와 거리를 두면서 영리하게 전개되는 서사는 누구나 다 이유가 있고, 훨씬 많은 이들이 선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가벼우면서도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이 사랑스럽고 교훈적인 코미디를 누가 재미없다 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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