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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예외인가
  • 오시경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19.05.05 19:46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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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경 대학·사회부장

‘가족 같은 분위기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합니다’. 알바 자리를 구해본 사람이라면 질리도록 봤을 문구다. 까페, 음식점, 편의점 업종에 상관없이 사장들이 바라는 알바는 가족 같은 분위기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가족이 뭘까. 엄연히 돈을 사이에 두고 계약을 맺는 관계인 알바생과 사장의 관계인데, 매번 가족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가족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 다른 의미라고 생각한다. 흔히 생각하는 서로를 챙긴다는 의미보다는 ‘일하다 보면 초과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장사가 안되면 최저시급을 못 챙겨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라는 뜻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예전에 청년 알바생의 근로여건에 대한 토론회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청년 대표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대표도 해당 토론회에 참석했었다. 그때 소상공인 대표가 했던 발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우니 알바생에게 돈을 많이 주려고 해도 주기 어렵다. 최저임금도 너무 높아 우리에게는 부담이 되는데 요즘 청년들은 이걸 이해해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었다. 최저시급과 추가 근무 수당을 주기 어려운 자신들의 현실을 알바생들이 몰라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최저시급이 인상된 것도 알았고 카드 수수료로 부담이 크다는 그들의 말도 이해했다. 하지만 당시 소상공인 대표의 말을 듣고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래서 뭐’였다. 사장들이 힘드니까 알바생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이런 소상공인의 생각을 부추기는 것 중 하나가 <근로기준법>이다. 편의점, 까페, 식당 등 요즘 청년들이 알바를 하는 곳은 대부분 5명 미만의 사람들로 운영된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예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받는다. <근로기준법> 제51~3조의 연장근로 수당에 대한 법률은 적용받지 않아 영세업소의 알바생들은 연장근무나 야간 근무를 해도 가산 수당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3조도 적용되지 않아 정당한 이유없이도 해고 당할 수도 있다. 이처럼 법이 고용주가 기본적인 환경을 보장해주지 않을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알바생들은 많은 불합리함을 부담한 채 알바를 이어가고 있다.

더 이상 소상공인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 예외 되는 것은 맞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이런 예외가 해당 법이 근로자인 알바생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게 들었다. 오히려 고용주가 알바생들의 권리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되어줄 뿐인 것이다. 항상 어느 한쪽이 약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한쪽의 권리를 위해 다른 쪽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근로자를 위해 만들어진 법망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오시경 대학·사회부장  sunlight11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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