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羨望國와 先亡國의 경계에 선 지금이 바로 ‘골든 아워’
새로운 대안과 해결책은
마을 단위, 지역 단위의 새로운 공동체 모임
“청년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평생 탈식민주의 담론을 연구해온 사회학자 조한혜정의 일갈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 한국사회의 민낯을 이야기한다.
‘한강의 기적’을 자랑스레 여기며, ‘발전’과 ‘경쟁’이 경전과 같은 성스러운 단어 취급을 받는 사회. 국제원조 받던 국가에서 국제 협력을 이룩한 국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홀로 남아 당당히 우뚝 선 나라.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어느덧 한국 사회는 칠흑빛 어둠에서 벗어나 선망국(羨望國, 선망하는 나라)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 모든 것을 이룩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선망국행(羨望國行) 급행열차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한 사이, 한국 사회는 점점 개인주의적으로 흘러갔으며 빠른 선망국행(羨望國行) 급행열차 속에서 타인을 마주할 여유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 사이 사회는 어느새 선망국(先亡國, 먼저 망하는 나라)행 급행열차로 알게 모르게 환승했을지도 모를 터이다. 점점 익명화되는 사회 속에서 너무나 바쁘게 시간이 흐르는 나머지 서로를 알아갈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국 사회를 둘러싼 여러 사건과 사고를 보면 예전보다 더 매섭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선망국(先亡國)의 열차에 기대어 이 책은 여러 불편한 담론을 마주한다. 판이하게 달라진 대학문화,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지는 환경, 극단적 개인화를 추구하는 세대,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같은 점점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 이야기를 거침없이 들춰낸다. 그러나 저자는 이토록 황무지처럼 보이는 한국 사회에도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촛불 집회에서 시민과 시민 간의 연대를 만날 수 있었으며 시민들이 모여 새로운 생각을 나누는 크고 작은 모임이 전국 각지에서 생겨나는 중이다. 시민은 홀로 앓던 머리 아픈 시간을 넘어 새로이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기왕 한국 사회가 선망국행(先亡國行) 열차를 탄 이상, 슬기로이 문제를 풀어나가 다시금 선망국(羨望國)으로 거듭나는 길을 제안한다. 지금 한국 사회가 끌어안은 수많은 과제, 특히 사회 문제를 먼저 해결한다면 다시 선망국행(羨望國行) 급행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득 들어보면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에는 이미 선망국(羨望國)으로 거듭난 여러 경험이 존재한다. 이뤄낼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극복하였으며, 여러 번의 촛불 집회가 그 증거다.
이 책을 통해 잠시 가쁜 달리기를 멈추고 ‘경제’와 ‘발전’과 ‘경쟁’이라는 마법처럼 느껴졌던, 교리로 떠받들던 단어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