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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신의 동학(動學)
  • 김대경 동아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9.05.04 18:58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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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독재타도, 호헌철폐!’ 전국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쳤다. 헷갈리지 마시라. 지난 주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국회에서 나온 정치 구호가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금석이었던 1987년 6월 민주대항쟁 기간 당시 전두환 군부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전국의 거리에 쏟아져 나온 민중들의 외침이었다. 1980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던 광주 민중을 총칼로 짓밟은 전두환은 그해 8월 27일 2,524명으로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해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투표율은 경이롭게도 100%. 그리고 9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1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당시 대통령의 임기는 7년이었다. 1987년 4월 13일 기존의 헌법대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이른바 ‘호헌조치’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이에 야당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목청껏 외쳤다. 부산 지역에서도 부산대·동아대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민주항쟁은 노동자와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전 시내로 번져갔고, 3달 동안의 전 국민적 저항을 통해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게 되었다.

지난 주 며칠 동안 국회가 다시 난장판이 되었다. 여야 간 고성과 막말, 육탄전으로 얼룩진 동물국회가 되었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폭력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못해 포기 수준이다. 이름도 생경한 노루발못뽑이(빠루)와 쇠망치 등 오랜만에 특수 장비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날치기와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당리당략 앞에 무용지물이었고, 1986년 이후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이 처음으로 발동되기도 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주도하여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며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국회의원을 감금하는 등 격렬하게 대응하며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쳤다. 제1야당 의원들이 목놓아 외치는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듣자니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군사정권의 독재를 우리 힘으로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루어 낸 경험이 있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독재’로 규정하는 제1야당의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국민 의식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평균 신뢰도는 32.3%로 밝혀졌다. 경제계와 기업인은 17.9%를 받았고, 종교계와 종교인에 대한 신뢰도는 35.9%였다. 예상대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꼴지 수준으로 6.9%였다. 이 정도 수치에 과연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정치가 아무리 엉망진창 수준이라고 해도, 우리가 간과해서 안될 것은 정치의 질이 사회의 질을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언론 이 보여준 정치 보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기계적 중립에 입각한 양비론적인 단순 중계 보도다. 언론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중요한 사실적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냉정한 관찰자와 비판자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되어 있는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회에서 주요한 법안이 무한 표류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발의된 주요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이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적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여야 간의 몸싸움과 정략적 공방 발언을 위주로 단순 중계함으로써 정치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흔히 언론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 현실의 규정자로 여겨진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정당과 정치인의 활동을 접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인식과 판단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언론의 의해 조장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치적 상황을 단순 관찰자의 시점에서 전달하고 시민들에게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는 것이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정치저널리즘의 바른 모습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김대경 동아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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