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4는 국립대 총장이 단과대 학장을 임명할 때 대상자의 추천을 받거나 선출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모든 조직의 대표자를 선거로 선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조직의 대표자를 결정할 때 선출과 추천 방식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법령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그 자치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대학의 학장 선출에 관한 규제 조항이 존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1년 2월 1일 이 조항을 신설하면서 교과부는 대학 학장을 선거로 선출하던 당시의 관행을 적폐라고 보았다. 학장 선거과정에서 교육 연구 분위기가 저해되고 단과대학별 이기주의를 부추겨 총장 중심의 대학개혁이나 종합발전계획의 추진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직전인 2010년 9월의 이른바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서 교과부는 학장 직선제 폐지로 ‘총장의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장의 의향이 반영된 학장이 총장의 의사결정을 보좌하고 결정사항을 집행’함으로써 ‘대학 운영의 효율성 및 대학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총장의 책임경영체제’에서 국립대 총장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 것으로 사고되었던가? 2012년 1월 이른바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는 총장직선제 폐지와 함께 ‘총장의 대학운영성과목표제’를 도입했다. 이는 총장과 교과부장관 사이에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이행실적을 평가하여 국립대학 예산에 연계하는 제도였다. 이 또한 ‘국립대 경쟁력 강화 및 운영 효율화에 대한 책무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설명되었다. 결국 정부는 ‘시장기제’가 대학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고 자신을 ‘시장기제’의 대행자로 빙의하여 국립대학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그 실적을 평가하는 주체로 사고했다. 대학총장과 학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제도는 개혁되어야 할 적폐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사고 속에서 교육부는 재벌그룹의 기획조정실의 역할을 떠맡고, 국립대학총장은 그룹산하 계열사의 CEO이며, 단과대 학장은 CEO를 보좌하는 중간관리자로 상정된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4는 대학에 대한 위와 같은 잘못된 시각의 산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학에 총장직선제의 폐지를 강요해온 정책을 중단했지만, 학장 선출을 금지하는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학장 선출을 허용하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아무런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대학의 자치는 학문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대학 교수는 그 핵심 주체이다. 대학과 교수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서 강요된 정책 아래 대학이 황폐화된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4는 폐지되어야 하며,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과연 무엇이 적폐라고 생각하는지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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