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무(정치외교학 석사 16)

 

세상엔 무수한 직업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숙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발을 담그는 정도에 따라 직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스페셜리스트는 특정 직종 전문가를 뜻하며, 제너럴리스트는 다방면에 걸쳐 많은 능력을 갖춘 이를 의미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분업이 지닌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가 생각했던 분업을 통해 얻는 것이란 곧 전문성을 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전문성이 곧 얼마나 많은 ‘부’를 쌓느냐를 결정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역사를 통해 확인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사’자 돌림 직업인이 갖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전문성은 그동안 사람은 물론 기업과 국가, 사회에 모두 큰 기회와 혜택을 주어왔다. 

세계화된 시장 속에서 우리는 전문인이 경영하고 전문가가 조언하는 기업을 이용했고 그것은 프랜차이즈(Franchise)가 되어 전 세계를 호령해 왔다. 국가 역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어야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는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앞으로도 그러할까?획기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단단했던 전문성의 역사에 조그마한 균열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공대를 졸업해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문화 기획과 공연 디자인을 업으로 하고 있다. 공대에서 항만물류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원에선 정치학을 배우며 문화와 공연으로 삶을 영위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졸지에 나는 경력도 여러 개, 직업도 여러 개, 불리는 직함도 여러 개인 그럴듯한 사람이 되었다. 한길을 걷다가도 더욱 매력적인 길을 만나면 걷고 도전했던 결과다. 내 현재 모습은 분명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물론 직함은 많지만, 전문이 없다 보니 주위에선 불안함과 호기심을 적절히 섞은 걱정을 보낸다. 그럼 보통 나는 한 문장으로 걱정을 잠재운다. “배우는 게 많아요” 바로 그것이다.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그럼 좋다. 무엇을 배웠는가? 그건 바로 어떤 사안에 대해 ‘나만의 접근 방식’이 존재할 수 있음과 그것으로 현대사회에서 ‘생존 가능함’을 알게 된 것이다. 전문성으로 ‘특출’ 나는 것 대신에, 다양한 경험과 관점으로 ‘독특’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제너럴리스트로서 삶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앞으로 세상은 누구나 상상하듯 아주 빠르게 변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이 그랬고 앞으로 그 상승 곡선은 더욱 가파를 예정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향한 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스마트 폰으로 친구와 대화한다.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에선 많은 일이 발생한다. 빠른 것은 물론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것에 잘 적응해 보고자 나는 제너럴리스트 삶을 선택했고 그 결과로 전문성 대신 관점을 얻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걸어볼 만하다는 용기를 얻었으며 내 삶이 자격증 몇 개로 정리되지 않아 꽤 마음에 들기도 한다. 이미 전문가는 너무 많은 지금, 나와 같은 제너럴리스트가 조금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 그럼 세상 역시 더욱 재밌어지고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얼마 전 다른 이에게 나를 소개했던 인사로 이 글을 마친다. “저요?그냥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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