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빛나는 동안/ 나도 너처럼 빛나보려 했지만/ 너는 내가 어두울수록 빛났고/ 내가 낮을수록 더 높이 반짝여 빛났다” 20대 청년이 썼던 서정시가 50대 중년의 굵은 목소리로 담담히 울린다. “쌩 이별에 깡이 없어/ 나는 오늘도 쏘맥을 말아/ 손이 가는 새우깡만 까고...” 사랑에 설레고 이별에 아파하던 청년은 어느새 중년이 됐다.

지난 26일 새벽벌 도서관 오디토리움에서 ‘2019 세상의 모든 시학’ 강연이 열렸다. 이날 연사로 나선 진시원(일반사회교육학) 교수는 ‘사랑과 이별, *지천명이 바라보다’란 주제로 젊은 시절부터 써내려온 자작시 27여 편을 읊었다. 그의 삶이 담긴 시구절과 함께 이십대 청춘들에게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했다.

진시원 교수는 등단 못한 사회과학자로서 자작시를 낭독하는 부끄러움을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과거에는 ‘시’를 통해 시대를 기록하고 추억하기도 했다며, 시가 잊힌 오늘날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60, 70년대에는 △그 시대의 낭만 △불합리에 대한 저항 △삶에 대한 고민이 시를 통해 첨예하게 드러났다”라며 “오늘날 시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러한 열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부터 50대까지 사랑과 이별의 모습을 시로 그려냈다. 그는 시 <새벽별>에서 자신보다 한발 앞서가는 연인을 새벽별로 비유해 20대의 아픈 사랑을 얘기했고, <중년>이란 시에서 중년의 사랑도 청년과 노년의 그것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역설했다.  그에게 사랑은 자기애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이별은 자기를 보내면서 끝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고, 이별을 잘 준비하는 사람이 타인의 생명과 죽음을 존중할 수 있다. 그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남을 소중하게 대할 순 없다”라며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나를 보듬고 다듬는 만큼 타인의 자유와 평등도 중시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관계는 나를 사랑해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 청춘들에게 사랑과 이별은 인생을 성숙케 하는 필수적인 경험이라며 도전하고 용기 낼 것을 권했다. 그는 “사랑과 이별 없는 졸업은 진정한 의미의 졸업이 아니다”라며 “그런 경험을 하지 않는 것은 삶의 핵심적인 부분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이날 강연은 시문학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청춘들에게 희망을 줬다. A(고분자공학 16)씨는 “시를 쓰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이 강연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본업이 아니더라도 시를 쓰며 살아가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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