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몰은 청년 창업가 지원과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으로 조성되는 상가지대다. 전통시장의 유휴부지를 이용해 청년몰의 점포를 조성한다. 정부는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청년 창업가들에게 임대료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 지원을 통해 창업한 청년 중 전체 4분의 1이 2년 이내에 장사를 포기하고 휴·폐업을 결정한다.

 

 

국제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로 통하는 계단

청년몰이란 전통시장 및 상점가 내에 빈 점포로 방치된 500m² 내외의 일정 구역을 39세 이하의 청년들이 입점한 점포 20곳 이상, 고객들을 위한 휴게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쇼핑 몰 형태로 조성한 곳을 뜻하는 말이다. 정부는 시장 내 청년몰에 △고객편의시설 △홍보 시설 △안전설비와 같은 기반시설을 조성한다. 또 △창업에 필요한 기본교육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해 청년 창업가들의 사업 기반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최근 재래시장에 들어선 청년몰의 청년 창업가들이 장사를 포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몰 조성사업으로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274개 점포의 개설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중 25.2%인 69개 점포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짧은 지원 기간에 자립 힘들어

청년몰 상인들은 정부 지원 기간이 끝난 후 운영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지원받던 점포 임대료, 점포 시설 유지비 등을 자비로 부담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몰에 대한 정부의 지원 기간이 짧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약 1년 반 정도를 청년몰 조성 사업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은 청년 창업가들이 자생력을 갖추기에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1년 반의 기간 내에는 창업 준비 기간까지 포함돼있어 실제 장사 기간은 그보다 짧다. 한 청년 창업가가 실패해 폐업하면 빈 점포를 채우기 위해 정부는 또 다른 청년 창업가를 유치한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면서 다른 청년 창업가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새로운 청년 창업가도 폐업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대근(우석대 유통통상학) 교수는 “시장에서 사업의 성공여부를 평가할 때 보통 5년 간 생존하면 성공했다고 한다”라며 “이 기간을 염두해 임대료, 사업 컨설팅 등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나쁜 입지 탓에 찾아오는 손님 적어

청년몰의 입지도 실패원인으로 언급된다. 청년몰을 조성하려면 시장 내 빈 점포 등 유휴공간이 20개 이상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 안에 빈 점포가 20개 이상 있다면 이미 그 시장은 경기가 침체된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에서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조성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전통시장 내에서 청년몰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은 입지가 나빠 상인들이 점포를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적다면 청년몰에 방문하는 소비자도 적어 수익성이 나쁘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전통시장을 활성화 시킬 대책으로 청년몰을 선정해 청년들을 침체된 전통시장으로 몰아넣고 점포 개수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시장 609 청년몰 상인 A씨는 “이곳은 이전에 일반 상인들이 장사를 하다 폐업해 남은 공간이다”라며 “일반 상인들 조차도 장사하기 어려운 공간을 청년들에게 배분한다 해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선정 기준과 교육 강화 해야

청년몰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정기준이 지원자들의 역량, 장기적으로 운영할 목표 등을 가졌는지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몰 점포의 수를 채우는 것에 집중해 선정 기준과 지원 자격을 간략화 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과 지원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시현(배재대 외식경영학) 교수는 “청년몰 사업 지원자들은 간단한 서류 작성과 사업에 대한 계획 발표가 필요하다”라며 “이 과정만으로는 지원자들이 안정적으로 청년몰 운영이 가능한 것인지 평가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장사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곧바로 창업환경에 놓이는 청년들은 장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이때 창업 후 경영 과정에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청년몰 창업을 위해 필요한 기초교육 시간은 20시간 정도다. 이 시간을 채우면 곧바로 청년몰에서 창업이 가능한 것이다. 유대근 교수는 “창업을 위해서는 세금 처리, 경영 과정에서의 법적인 문제 등 전반적 지식이 필요하다”라며 “구체적인 교육을 통해 이후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한다”라고 전했다.

“장기적 발전 방향 마련 필요해”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꾸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작년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상인 육성 및 지원 사업 공고에서 차후지원 부문을 추가했다. 이 부문은 청년 상인을 위한 △교육 △컨설팅 △자생력 강화 △청년몰 기반시설 확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 종료 후 지원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몰 및 창업지원 대상 시장에 추가적 지원을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제시장 청년상인회 이충엽 회장은 “청년몰 사업을 추진할 때 성과를 위해 단기적 실적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청년 상인들은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업 시작부터 전문가들과 협업해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차별성 있는 콘텐츠 만들어야

소비자들이 청년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청년몰이 각 지역 및 전통시장의 특색과는 관련 없는 일반 점포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기존의 점포들과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유대근 교수는 “전통시장 자체가 상권이 좋지 않아 유동인구가 적다”라며 “기존 점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다면 손님은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존 점포와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이충엽 회장은 “청년몰 또는 그 지역의 특색에 집중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라며 “왜 청년몰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전주에 위치한 남부시장 청년몰의 경우 인근의 한옥마을을 그 지역만의 콘텐츠로 만들며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현재 남부시장은 전주 지역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더불어 진안의 고원시장은 웰빙, 홍삼을 콘텐츠로 삼아 흥행하고 있다. 원도연(원광대 디지털콘텐츠공학) 교수는 “본인의 아이디어 중심으로 사고하기보다 시장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관광시장과 결합한다면 이에 맞는 특성을 잘 잡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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