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이 끝나 갈 무렵 박스를 실어주던 2.5톤의 트럭이 사고가 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 사고 때문에 우리는 박스의 크기를 줄여야했다. 박스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정말 노력했다. 다른 조들도 박스를 줄이기 위해 조별 물품을 다른 조에 준다던지 혹은 버리는 등 박스를 줄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쳤다.


  행진이 빨리 끝나는 날엔 레크래이션을 하기도 했는데, 가장 재밌었던 공연은 역시나 노래자랑이었다. 우리 국토지기들 중에 숨어있는 가수가 그렇게나 많을 줄이야. 덕분에 우리 120여명의 지기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고백데이, 빨리먹기 대회, 촛불 집회 등의 각종 공연이 있어 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3일 동안 바다에서 놀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TV방송에 출연하고 또 신문 기사에 나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똑같으면서도 다른 나날들이 지나가고, 어느새 통일전망대 만을 앞두고 있었다. 740km의 긴 거리를 언제 다 걸을까. 얼마 전에 100km 돌파 했었는데, 어느새 200km, 500km, 700km. 이제 하루면 통일전망대라니! 언제 완주할까 했던 시간들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 왔고 이젠 이런 날들도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다.


  아직 더 걸을 수 있고 이들과 더 함께 할 수 있고 아직 말 한마디도 못해본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어느 순간부터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지막 날. 생전 처음으로 가본 통일전망대.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면 눈물이 주르륵 날 줄 알았는데 눈물은 나지 않았다. 끝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눈물 흘리는 다른 지기들을 보며 달래주었지만 난 왠지 내일도 이들과 함께 또다시 걸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완주증과 메달을 받을 때도 머리로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만은 왠지 내일도 계속 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가평에서의 1박2일 뒷풀이를 끝으로 우리의 길고도 짧은 젊은 날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함께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경험을 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맺은, 평생 함께할 평생지기가 되었다. 국토순례 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걸 왜하냐고 핀잔주거나 사서 고생하는 짓이라며 말리고 걱정하는 반응뿐이었다. 그건 도전해보지도 않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내가 국토대장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배웠으며 나 스스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도전해보지 않은 그들은 모를 것이다. 국토대장정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도전이었다. 나는 스물넷 여름을 젊음에 바친 것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값진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그런 경험을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잘 해낸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지금은 내 주변사람들에게 국토대장정을 추천하고 있다. 젊은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값진 도전을 해보겠는가. 젊음이 있기에 도전이 있고, 도전이 있기에 국토지기가 있다. 젊은 당신, 그대의 젊음을 불태우기 위한 어떠한 도전이라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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