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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와 작은 지구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최근 자료에 의하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에서 수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16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7년 사이에 두 배가 늘어난 숫자라고 하니,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고등인력을 배출하는 주요 국가가 된 셈이다. 수도권이건 지방이건 대학들마다 외국인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한 마디로 대학 캠퍼스는 작은 지구촌 사회가 되었다. 

이 문제를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근대 주권 질서의 등장 이후 모든 국가에게는 두 개의 목표가 설정되었다.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이 바로 그것이다. 서구 문명의 대부분 국가들은 물론이고,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 역시 ‘산업화’와 ‘민주화’는 국가가 가지는 두 개의 핵심 목표였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 사이에는 경험적으로 일종의 선후작용이 작동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이 선행(先行)하고 그다음에 정치발전이 뒤따르는 관행을 보였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성장이 의미 있는 초석이 되어 1980년대 중후반 이후 소위 ‘한국형 민주주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 핵심 목표를 달성한 국가들의 다음 목표는 대부분의 경우 흥미롭게도 국제사회의 유력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주도하여 국제기구를 만들기도 하고, 주요 국제분쟁 해결을 책임지기도 하며, 인도적 개입을 통해 보편적인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달성이라는 자랑스런 업적을 발판 삼아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중에 최근 들어 핵심적인 기준의 하나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Convening Power’다. 우리말로 옮겨보자면 ‘불러 모으는 영향력’쯤 될 것 같다. 외국인이 얼마다 해당 국가를 많이 또 자주 방문하느냐가 국제사회 파워의 기준이 되었다는 의미다. 사업가들은 해외투자와 금융상담을 위해, 연구자들은 고급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학생들은 보다 좋은 교육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공부하기 위해, 이렇게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해당 국가를 찾는 것이다. 한국을 선택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증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이 확보한 국제정치적 영향력의 상징인 셈이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들이 넘쳐나는 대학 캠퍼스에 우려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출신 학생들의 비중이 과도하게 많아서, 국내 학생들 사이에서는 중국학생들이 많은 특정 과목 수강을 기피하는 등 일종의 근거 없는 ‘제노포비아’ 현상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가 유학을 했던 1990년대 미국의 주요 대학에는 한국 출신의 유학생들로 넘쳐났다. 중부의 어느 대규모 주립대학의 대학원 정치학 관련 수업을 신청한 20명 학생 중에 15명이 한국 학생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해 듣곤 했었다.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는 그 사실만으로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의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제 국제사회의 유력 국가가 되었다. 
 

이제 대학은 작은 지구촌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몇 년간의 시간은 인생을 걸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며, 그 시간을 세계 곳곳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점은 개인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경이 사라지는 초글로벌 사회, 이민자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는 국가들도 많지만, 국제사회가 점점 가까워지고 통합되는 현상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우리 대학에서 수학한 외국인들이 혹시라도 졸업 이후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증(嫌韓症)’에 사로잡혀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 생활 동안 마주치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평화로운 공존도 해내지 못하면서, 장차 미래 사회를 책임질 인재가 될 수 있을까?지구촌이 되어버린 대학 캠퍼스에 봄이 왔다. 그 속에서 많은 지혜와 꿈들이 피어나길 바란다.

부대신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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