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를 앞둔 시간이면 수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늦지 않으려 걸음을 재촉한다. 북문은 이 시간에 학생들이 특히 많이 몰리는 곳이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는 얼마 전 완공된 자유관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눈앞에는 넓은 보행자 도로가 펼쳐져 있다. 조금만 일찍 집을 나서면 한손에 커피 잔을 들고, 여유롭게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며서 걸을 수 있다. 지금까지 늘 차와 오토바이, 보행자가 뒤섞이는 혼잡한 길에만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보행자에게 여유로움은 여기까지 뿐이다. 새벽별 도서관을 돌아서면 다시 낯익은 풍경이 시작된다. 좌우로 빈틈없이 차량이 주차된 가운에 자동차가 달리고, 헬멧도 쓰지 않은 학생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면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한다. 그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학생들은 곡예하듯 바삐 지나간다. 다시 사회관이나 경영관을 향해 인도로 올라섰지만,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걷기 불가능할 정도로 길이 좁아 앞에서 누가 다가오면 신경이 쓰인다.

이처럼 장전 캠퍼스는 보행자들이 늘 불안을 느껴야할 정도로 불편하지만, 개선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보행자 도로의 여건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궁색하게 쭈그러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건축관이다. 건물 자체는 무슨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수작이라는데, 보행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주변 경관과는 참사나 다름없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 건물을 짓느라 캠퍼스의 자랑거리이던 운치있는 소나무들을 밀어냈고 인도는 한 사람이 채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더 좁아졌다. 캠퍼스를 설계하는 사람들 눈에 과연 보행자가 보이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 부산대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은 거의 2만 7천명에 달하고, 어떤 형태로든 적을 둔 교직원 수만 4천명 가까이 된다. 이들 중에서 매일 자가용으로 출퇴근이나 등하교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채 안 될 것이다. 나머지는 거의 모든 순간 보행자로서 차량이 질주하는 캠퍼스의 불편과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좀 거창한 질문이지만, 대학이란 무엇인가?요즘에는 대학에도 상업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고, 취업난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학을 보는 안팎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의 본질은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데 있다. 지식을 익히고 사색하는 일은 대학에 적을 둔 사람이라면 모두 익혀야 하는 습관이며, 이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찻길에 내몰린 길고양이처럼 캠퍼스에서도 늘 주변의 소음과 위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다녀야 한다면, 사색은 먼 외계의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보행권의 박탈은 단지 캠퍼스 거주자의 일상적 불편에 그치지 않고 거창하게는 대학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제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고, 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도 좋다. 하지만 대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비록 사소해 보이지만 꼭 지켜야 할 기본은 무엇인지 대학당국은 다시 한번 성찰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보행자의 권리를 생각하는 자세는 이러한 기본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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