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민 기자

작년 1월 전북대학교 구 정문 앞에서 전북대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시위했다. 서남대 재학생들의 특별 편입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반대한 이유는 △강의실 부족 △교수 충원 필요 △교육과정의 차이 등 이었다. 작년 2월 28일 서남대학교가 폐교함에 따라 서남대 학생이 위기를 맞이했다. 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교육부는 서남대 의대생을 전북대와 원광대가 전부 특별편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전북대는 177명, 원광대는 345명으로 정했다.

신문에서 본 한 전북대 의대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서남대는 2010년 초반부터 부실대학으로 끊임없이 선정됐고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온 서남대 의대생들이 같은 학년의 전북대 의대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은 학생이 개인 이기주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학사회의 문화나 인식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취재했을 때, 이런 현상이 학벌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래서 다른 학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 무임승차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구조에 있다. 현재 사회는 성공하려면 능력과 함께 학벌이 필수적이다. 학벌을 논하지 않고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특정 학벌이 아니면 서류부터 탈락시키는 회사가 있고, 학벌만으로 차별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학벌은 사람의 감정, 사회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시작한다. 남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한다.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사회구조를 알아 버린 것이다.

이런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일은 아우스빌둥이라는 기술 인력 교육이 있다.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에서 실시하는 이론교육과 기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실습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빵사 △미용사 △자동차 정비공 △경찰 △은행원 등 그 범위가 다양하다. 독일의 22세 이하 청년 중 약 75%가 직업 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아우스빌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독일의 사회 분위기 덕분이다. 독일은 직업을 구할 때 학벌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부담을 줄인 채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미술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과 상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친구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미술학원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선생님은 ‘좋은 예술대학에 가기 위해선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보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술 대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함은 그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모순은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 남아있다. 더는 학벌에 목메기보다는 각자의 적성과 개성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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