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

마조히즘(Masochism).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받아 성적쾌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은 20대가 색다른 마조히즘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리를 풍자하며, 쾌감을 느끼고 위로 받는다는 것이다. 자조적인 단어 사용으로 불안한 감정 상태를 공유하는 것은 20대에게 익숙한 현상이 됐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혹시 ‘혐생(혐오스러운 인생)’, ‘호모인턴(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인턴 생활만 반복하는 취업준비생)’ 등의 단어로 본인을 칭하고 있지 않은가.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20대는 불안하다. 외한위기 이후 20대가 버는 임금은 부모 세대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고, 신규채용을 꺼려한다. 공무원 채용 비율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20대 지원자가 급상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꿈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따라서 20대는 제한된 일자리의 경쟁을 위해 항상 준비태세를 갖춘다. 놀라운 건 이들의 경쟁은 두 번째 국면이라는 것이다. 10대 때 입시 경쟁을 치러 봤기 때문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경쟁 그리고 불안. 이는 20대가 살아가는 슬픈 원동력이 됐다.

필자 지인은 2년 간 공부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외국어, 자격증 등을 공부하며 바쁘게 살아왔고, 갑자기 찾아온 휴식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쉬는 것은 결국 경쟁에 뒤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식을 견디지 못해 결국 취업 관련 동아리를 만들었다. 필자는 그의 마음이 공감돼 씁쓸했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기 위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사회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복잡한 상황에 휩싸여 해결은 더 어렵다.

20대는 불안한 마음에 정보를 채워 넣기만 반복하고 있다. 채움은 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은 공시생이다. 그는 아무도 없는 고향집에 삼시세끼를 챙겨 먹으러 내려온다. 영화를 보다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각 계절에 나는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아주 느긋하게 말이다. 이런 주인공도 공시생으로 돌아가면, 삼각김밥과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을 먹는다. 이 영화의 주목할 점은 고향에서 삼시세끼를 차려 먹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주인공만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치유 방법을 지니고 있는가.

우리는 마음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더 이상 자조적인 단어로 일시적인 치유를 하면 안된다. 이는 불안을 잠재우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불안을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은 마음에 공간을 두는 것이다. 맨해튼 도시 설계자 로버트 모지스는 “만약 맨해튼의 중심부에 큰 공원을 설계하지 않으면, 5년 후에는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자학이 아닌 충전에 초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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