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창작뮤지컬은 기획부터 공연까지 부산에서 이뤄지는 예술 활동을 말한다.  뮤지컬은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등을 모두 아우르는 예술 집합체다. 이러한 특성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한 작품 속에 어우러진다. 또한 부산 창작뮤지컬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완성됐기에 부산 고유의 문화ㆍ예술적 가치가 작품 전반에 묻어나 있다.

 

부산 창작뮤지컬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부대신문>이 현황을 살피고 방향성을 제시해본다.  


뮤지컬은 국내 공연예술 산업에서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8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1966년 이후 뮤지컬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에도 유독 부산 창작뮤지컬은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는 창작뮤지컬을 타 지역으로 배급해주는 지원책이 부재하다. 이에 타 지역에서 공연을 하려면 해당 극단이 모든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부산 청년극단 아로새긴 최용혁 연출가는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하려면 최대 수억 원까지 이르는 대관료를 모두 극단이 감당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산업에 부산시가 지원하는 예산도 매우 부족한 상태다. 올해 부산시가 문화예술과에 배정한 예산은 861억 원으로, 이중 극히 일부 금액만이 전체 부산 예술인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또한 부산브랜드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과 청년연출가의 작품 제작에 지원하는 사업 등 부산문화재단이 실시하는 지원 사업은 약 3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을 예술인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최소 약 2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소요되는 뮤지컬 제작비에 한참 부족한 액수다.

또 부산 창작뮤지컬은 공연 횟수가 적어 자체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산 창작뮤지컬 공연은 단발성으로 이뤄진다. 수도권 및 해외에서 제작된 대형 뮤지컬이 약 100회 공연하는 것에 비해, 부산 창작뮤지컬은 △<상사화> 3회 △<1976 할란카운티> 18회로 공연이 종료됐다. 최근 시작한 창작뮤지컬 <폭풍 속에서>도 6회만 공연을 앞둔 예정이다. 작년 서울 뮤지컬은 647개의 작품이 11,446일간 진행됐지만, 부산은 32개의 작품이 83일만 무대에 올랐다. 이처럼 공연 기회가 적은 부산 창작뮤지컬계는 생존이 위태로운 실정이다. 최용혁 연출가는 “부산 창작뮤지컬은 비싼 대관비와 배우 출연료로 장기간 공연을 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흥행이 잘 되지 않아 많은 부산의 뮤지컬 극단이 장기간 공연을 꺼린다”라고 말했다. 

대형 자본에 잠식된 부산 뮤지컬 

부산에 배급되는 뮤지컬은 수도권 또는 해외 작품이다. 중ㆍ소형 제작사가 만든 창작 뮤지컬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수도권에 소재한 대형 제작사가 부산 뮤지컬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산 창작뮤지컬 제작사의 공연 기회는 박탈됐고, 부산에서 제작되는 창작뮤지컬은 매년 약 2~3편에 불과하다. 또한 작년은 △부산시립극단의 창작뮤지컬 <상사화> △청년 극단 아트 레볼루션의 <복순이 할배>로 2편이 유일했다. 

척박한 교육 여건 속 기회 없는 인재들 

부산은 뮤지컬 교육기관이 부족한 상황이다. 뮤지컬 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3개며, 대학 외 교육기관은 15개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이나 타지역에 비해 수적으로 훨씬 뒤처지는 수준이다.

또한 부산 대다수 대학의 뮤지컬 학과는 배우 양성에만 집중한다. 부산에 소재한 3개 대학 모두 △뮤지컬 성악 △연기 △신체 훈련 △뮤지컬 댄스 △댄스 테크닉 과목 등을 위주로 수업이 구성돼있다. 이와 같은 교육 체계는 다양한 인재를 낳지 못해 부산 뮤지컬계의 질적 수준을 떨어트릴 수 있다. 부산 청년극단 아로새긴 안예은 배우는 “부산에 소재한 뮤지컬 학과 대다수는 배우 양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다양한 과목의 수업이 이뤄지는 수도권 대학과 비교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대구 본받아 여건 갖춰야” 

대구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산업이 활성화된 곳으로, 부산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대구 뮤지컬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구에는 △2016년 72개 △2017년 224개 △2018년 99개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고, 이중 다수가 대구 창작뮤지컬이다.

대구는 해당 지역의 특징이 담긴 뮤지컬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다. 이는 대구 창작뮤지컬이 대형 제작사 작품에 밀리지 않는 이유다. 대구뮤지컬극단 나비의 전미란 실장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작품이 대구 뮤지컬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 뮤지컬 예술인은 각종 예산지원 사업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DIMF가 실시하는 ‘DIMF 창작지원 사업’은 실력 있는 뮤지컬 극단에 제작비를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작품당 최대 1억 원까지 지원금을 제공해 극단의 부족한 자금 문제를 해결해준다. 올해 해당 사업으로 16개의 대구 창작뮤지컬이 탄생됐다. 이외에도 대구광역시청(이하 대구시청)과 대구문화재단 등 다양한 기관이 지역 뮤지컬 극단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전미란 실장은 “뮤지컬에 작품성이 있다면 무대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구는 뮤지컬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돼있다. 대구시청은 7개 대학에 뮤지컬 관련학과 46개를 개설했다. 그리고 DIMF가 뮤지컬 교육 환경을 더 개선하고자 ‘DIMF 뮤지컬 아카데미’를 2015년에 창설했다. 해당 기관은  뮤지컬 분야 지망생에게 △극작 △작곡 △배우 수업을 제공하는 무료 뮤지컬 교육기관이다. DIMF 관계자는 “올해 기준 5년간 179명이 DIMF 뮤지컬 아카데미를 수료했다”라며 “현재 뮤지컬 현장에서 해당 수료생들의 활약이 크다”라고 전했다.

대구시청은 대구 시민이 뮤지컬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을 다해왔다. 2015년부터 대구에는 ‘뮤지컬 갈라 거리공연사업’이 활성화됐다. 해당 사업은 지역 뮤지컬 극단에게 작품을 홍보하는 기회를 주고, 시민이 일상에서 뮤지컬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또한 대구시청은 대구에 소재한 대명거리를 ‘대명공연거리’로 지정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뮤지컬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구 창작뮤지컬은 대구 시민에게 대중적인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혔다. 안예슬 배우는 “야구가 부산의 생활 스포츠인 것처럼 대구에서는 뮤지컬이 대중적이다”라며 “시민의 관심이 있어야 부산 창작뮤지컬도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청과 대구문화재단은 해당 지역의 창작뮤지컬을 배급해주고 있다. 또한 대구 극단이 타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금도 지급한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대구 창작뮤지컬이 넓은 범위에서 공연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한다”라며 “이로 인해 많은 극단이 해당 지원으로 자생력을 갖게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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