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한국 축구가 강호 콜롬비아를 통쾌하게 이겼다. ‘국뽕’의 오해를 받을 정도로 축구 국가대항전을 좋아하는 필자는 본방사수를 하지 못한 채 늦은 밤 편집된 하이라이트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주장 손흥민 선수의 화려한 발재간과 골이 인상적이었지만, 세간의 이목은 만 18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합류한 축구 신성 이강인의 출전여부에 더 있었다. 하지만 이 축구 신동은 국가대표로서 첫 데뷔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18세의 이강인은 축구 국가대표는 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단지 18세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807조(혼인적령)에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연히 국방, 납세,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독 선거권만 제한되어 있다. 
 

18세와 19세의 차이가 무엇일까?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결혼도 가능하고 군대도 갈 수 있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여 세금을 내어야 하는 국민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대변할 위임자를 선출할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 중에 만 18세에게 선거권이 없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모두 18세에 투표권을 부여한다. 일본도 오랫동안 20세를 고수하다 2015년 6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18세로 낮추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는 16세가 되면 투표를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만 19세로 내린 후 10여년 동안 제자리다. 그동안 관련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권을 18세로 내릴 것을 권고했고, 가까이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앞다투어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마침내 최근 여야 4당이 선거권을 18세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학교의 정치화’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등학생들의 학습 분위기 훼손을 염려하기도 한다. 여야 정당 각자 자신들만의 정치적 셈법이 있겠지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시대적 대세이며 전 세계적인 추세다. 첫째,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인 참정권을 확대하고 대의 민주주의 체계의 대표성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당위적인 요구가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18세 연령대는 약 60만 명이다.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과 투표율 저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 선거 참여권을 부여함으로써 낡은 우리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18세 연령층들이 정치적으로 미숙하다는 평가는 부적절하다. 주체적인 정치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성찰이 필수적이다. 쌍방향적이고 참여적인 디지털 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보환경의 주체적인 이용자로 손색이 없다.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교과수업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는 그 어떤 선거도 없다. 다가올 선거는 내년 4월 1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다. 올해가 절호의 기회다. 정치권은 각 정당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 원칙을 확대하기 위해 18세 청소년의 선거권 부여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법적으로 경제적으로도 독립된 주체로 인정되는 그들을 언제까지 ‘정치적 미숙아’의 굴레에 가두어 놓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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