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진심으로 엮을때>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2017)

매일 어두운 얼굴로 꾀죄죄한 옷차림을 한 토모(카키하라 린카 분)는 항상 혼자다.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11살 토모의 일상이다. 엄마의 방치 속에서 매 순간 외롭고 피폐하다. 그러나 삼촌(키리타니 켄타 분)의 동거인 린코(이쿠타 토마 분)를 만난 후 토모의 삶은 바뀐다. 린코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따가운 사회의 시선을 견디며 힘들게 살아왔다. 때문에 엄마의 방치 속에서 외롭게 자라온 토모를 그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따뜻하게 감싼다. 조카와 삼촌,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들은 결국 한 집에서 함께 가정을 이룬다.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주먹밥과 문어 모양 소시지. 린코는 매일 토모에게 귀여운 도시락을 한껏 싸준다. 또 아침에는 예쁘게 머리를 묶어주고, 매일 밤 책을 읽어준다. 이처럼 린코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 토모는 난생처음 외로운 삶에서 벗어난다. 홀로 삶을 버티던 쓸쓸함은 토모에겐 이미 과거에 불과하다. 토모는 화목한 새 가정에서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남자인가 여자인가. 토모도 처음은 낯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린코를 처음 만났을 때 겁에 질리고 만다. 11살 아이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거부감은 그에게도 내재했다. 사회적으로 트랜스젠더는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오해돼왔고, 최근 의식이 제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토모 역시 트랜스젠더란 존재가 어색해 린코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토모는 린코와의 동거가 즐겁고 행복하다. 린코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은 토모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미 토모에게 린코는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가족일 뿐이다.

‘토모야 괜찮니? 저 사람(린코)이 너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면 즉시 연락 하렴’.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친구 어머니가 조언이랍시고 말한다. 성소수자와 그 가정을 향해 폭언하는 모습이다. 사회 안팎에서 다양성 가족을 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지 어언 십여 년, 여전히 성소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하다. 비정상적이며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존재로 멸시되곤 한다. 사실 성소수자가 정상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입증됐다. 의학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성소수자의 존재를 자연적인 일이라 결론지었다. 또 2001년을 기점으로 세계 곳곳에서 동성혼 합법화가 일어났으나, 현재까지 해당 국가들은 어떠한 부작용도 겪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여전히 성소수자와 그 가족을 냉대한다. 그저 익숙하지 않고 보기 싫다는 이유로 말이다.

영화 속 토모와 린코는 폭력적인 사회 편견에 의해 결국 이별한다. 이는 가족 형태를 일률적으로 규정짓는 태도가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가 말해준다. 여전히 많은 사회 구성원이 ‘가족’을 ‘엄마, 아빠, 자녀’로 정의한다. 성 소수자 가정을 비롯한 한부모·이혼 가정 등은 불안정하고 결핍된 가족으로 여긴다. 하지만 ‘아시아 이혼율 1위 국가’가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는 전통적인 가정을 비롯해 그 어떠한 가족 형태도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진정한 가정은 구성원이 서로 의지하고 안정감을 나눌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편견을 씻고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 린코와 토모가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