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엄궁동 651-95번지에 레미콘 공장이 새로 들어서려고 한다. 작년 11월 한 레미콘 업체가 레미콘 공장 설립을 허가해 달라고 사하구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공장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공장 미세먼지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도로 변에 걸려 있다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으로 골재를 실은 화물차가 지나가고 있다

 

레미콘 공장 설립 인가가 신청된 부지는 사상구 엄궁동에 있다. 그러나 사하구 하단동과 가까워 하단동 주민들도 공장 설립에 함께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 삶 위협해

주민들은 주변 환경이 악화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공장 설립 인가가 신청된 부지(이하 공장 부지) 주변에는 이미 아스콘 및 건설 폐기물 처리 공장 5곳이 밀집해 있다. 이에 추가로 공장이 들어설 경우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지역에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공장 부지로부터 반경 1.5km 안에 약 10,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먼지에 걱정이 크다. 아스콘을 만들거나 건설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먼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도 더해져 주민들은 외출 시 마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정숙(60, 사상구) 씨는  “냄새가 다른 동네에 비해 많이 난다”라며 “비가 오면 공기가 뒷산에 막혀 순환이 잘 안 되는데 공장이 들어오면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사하구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같은 불편을 호소한다. 공장 부지로부터 200여 m 떨어진 한 아파트에는 1,828세대가 입주해 있다. 한 아파트 거주민은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모래와 자갈이 섞인 미세먼지가 우리 아파트로 집중적으로 날아올 것”이라며 공장 신설을 우려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인근 초등학교와 주거지까지 퍼진다. 사상구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소음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정숙 씨는 “공장에서 왱왱거리는 소리가 집까지 들린다”라고 말했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대형 차량에 학생들이 교통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공장 부지로부터 반경 1.5km 안에는 초등학교가 4곳이나 있다. 한 사하구민은 “공장 차량이 아파트 앞을 많이 지나가 아이들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공장 인근 주민들은 새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한 아파트 주민들은 '공장 신설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단지 곳곳에 내걸었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정희 씨는 “이곳은 사람들이 많은 주민 생활권”이라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꾸준히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계속 반발하자 작년 11월 사상구의회는 ‘레미콘 공장 허가 철회 및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근 지역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사상구의회는 성명서에서 ‘생활환경을 파괴하며 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레미콘 공장 설립을 즉각 철회’하고 ‘주민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사하구의회도 공장 설립 허가권을 가진 사상구청장과 면담을 갖고,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직접 전달했다. 사하구의회 전원석 구의장은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걸고, 목숨 걸며 싸우겠다고 한다”라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공장 설립에 의회가 찬성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업체와 주민, 누가 더 우선인가

그러나 업체가 공장 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레미콘 공장이 새로 들어서려 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많은 민원을 제기했다. 사상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건설 폐기물들을 파쇄하다 보면 먼지가 발생해 민원이 들어온다”라며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공정에서 먼지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상구청은 사상구를 비롯해 사하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설립 인가 신청 과정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현재 사하구청은 레미콘 업체에 공장 신설 관련 서류를 보완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편 업체는 필요한 서류를 계속해서 보충하고 있는 만큼 구청에서 공장 설립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넘어갈 경우까지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남구에서는 한 레미콘 업체가 공장 사용승인 보류 결정을 이행청구로 전환해달라는 행정심판을 부산광역시청에 제기하기도 했다. 사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아직 업체에서 관련 서류를 보완하지 않은 상태”라며 “공개행정 결과와 관련 부서 및 기관이 협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는 안 돼”

사상구청은 주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사상구청은 사하구청과 지역 내 환경 실태를 파악하고 작년 10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사상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사하구청과 분기별로 합동 점검에 나서 환경오염 유발 업체에 벌금 부과나 환경 개선 유도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공장 신설은 막아야 한다. 김정희 씨는 “4,5년 전에도 공장이 설립된다고 해서 시위를 많이 했다”라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현재 운영 중인 공장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개선되는 게 없다”라고 전했다. 사상구의회와 사하구의회는 사상구청에서 내리는 결단을 주시하겠다는 의견이다. 사하구의회 전원석 구의장은 “기준치를 넘는 미세먼지나 유해 물질 때문에 공단에 있는 사람들도 힘들어 한다”라며 “사상구청에서 허가를 내주는지 감시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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